융복합 애니메이션으로 꿈꾸는 세계

미디어아티스트 김현중

레지던스

김현중 작가

김현중 작가는 어릴 적 피구왕 통키, 원더키디 등 TV시리즈 만화영화를 보며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키웠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도전을 통해 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2018년에 ACC 레지던스 프로그램인 크리에터스 인 랩(Creators In Lab)에 참여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로케츠스튜디오 대표로 일하고 있다.






매년 ACC레지던스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지금까지 이 코너에 소개한 예술가들은 주로 설치, 조각, 사진, 영상, 소리, 공연 등이 서로 결합된 형태의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수록 예술가들의 상상력도 변하고 확장되기 때문에 ACC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세계도 점점 다채로워지리라고 본다. 이번 호에는 최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작업을 보여주는 사례로 김현중 작가의 활동을 소개한다.


김현중 작가는 현재 애니메이션, 홍보영상, 미디어아트 등을 제작하는 로케츠스튜디오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전시장 같은 오프라인 공간보다는 대부분 온라인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런 작업 방향은 그가 유년시절에 경험한 것들과 무관치 않다. 그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엔 TV만화영화 시리즈로 ‘피구왕 통키, 슬램덩크,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같은 애니메이션들이 방영되었다. 특히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에 속한다. 김현중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만화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TV에서 애니메이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제작과정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보았는데, 그것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애니메이션 외에 음악과 춤에도 재능을 보여 밴드 활동을 하거나 댄스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다양한 체험이 현재의 작업에도 연결되고 있다. 만화영화 감독을 꿈꾸던 김현중 작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대학에서는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며 차근차근 창작의 토대가 되는 여러 기술들을 섭렵했다.






(사진 1, 영상 1 ) <forever kid="" mv=""> / 2013 / Client : Forever KID / Agency : Rocketz Studio / Part : 3D, 2D, Motion Graphics</forever>



대학졸업 후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난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첫 작품은 2013년에 제작한 <포에버 키드 Forever Kid MV>라는 뮤직비디오였다(사진1, 영상1). ‘포에버 키드’는 주로 피터팬처럼 영원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추구하는 이디엠(Electronic Dance Music) 아티스트인데, 김현중 작가가 그에게 협업을 제안하였다. 포에버 키드는 음악을 만들고 김현중 작가와 동료들은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포에버 키드의 아날로그적 이미지를 디지털 감성으로 변화시켜 보여준 작품이다. 이 작업을 계기로 김현중 작가와 동료들은 로케츠스튜디오 설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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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영상2 ) <Virtual Band Rocketz> / 2013 ~ 2019 / Rocketz Studio
/ Part : Artwork, 2D, 3D, Animation, Motion Graphics, VFX, Edit.



김현중 작가는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기획창작아카데미를 다니며 가상의 음악밴드인 <버츄얼 밴드 로케츠 Virtual Band Rocketz>를 2D로 제작했다. 이 작품을 가지고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기획창작스튜디오 지원사업에 응모했다. 결과는 당선이었다. 그래서 김현중 작가는 동료들과 광주로 이주하여 로케츠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실사영상과 2D, 3D 그래픽을 융합시켜 <버츄얼 밴드 로케츠>의 5분짜리 트레일러를 제작하였다(사진2, 영상2).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지원을 받아서 에피소드 1편도 완성하였다. 로케츠 밴드에 등장하는 동물과 로보트로 의인화된 캐릭터들은 모두 주변 친구들의 이미지를 발전시킨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음악을 하고자 했으나 각자의 사정으로 못하고 있던 주인공들이 음악을 위해 다시 뭉쳐서 외계인들과 음악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VR(가상현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이 작품을 공연콘텐츠로 제작 중인데, 올해 8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로케츠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한 대표 콘텐츠로서 ‘로케츠 밴드’가 계속 진화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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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영상 3) <이야기 배달부 동개비 홍보영상> 2015-2016 / Client : Fish Hiker / Agency : Rocketz Studio
/ Part : 2D, Shooting, FX, Animation



로케츠스튜디오는 자체 콘텐츠 개발 외에도 다양한 의뢰인들의 주문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2015-2016년에는 광주광역시 양림동의 충견 설화에 기반하여 ‘피쉬하이커(Fish Hiker)’가 제작한 만화영화 <동개비>의 홍보영상을 로케츠스튜디오에서 만들었다(사진3, 영상3). 이 작품은 티브이에서 방영된 만화영화 시리즈와 다르게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5분짜리 CF같은 홍보영상이다. <버츄얼 밴드 로케츠>처럼 이 홍보영상에서도 실사촬영된 이미지와 2D그래픽을 합성하는 기술이 사용되었다. 실사영상, 캐릭터 애니메이션, 모션 그래픽 등을 융합하는 작업 방식이 로케츠스튜디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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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영상 4) <드라곤킹 무대영상> 2018 / Client : TOZ / Agency : Rocketz Studio / Part : Motion Graphics



로케츠스튜디오의 강점이 돋보이는 또 다른 작품은 2018년에 제작한 <드라곤킹 무대영상>이다(사진4, 영상4). <드라곤킹>은 ACC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음악극으로 전통적인 판소리 수궁가(水宮歌)를 현대적인 디지털 애니메이션 및 라이브 퍼포먼스와 결합시킨 융복합 공연물이다. 로케츠스튜디오는 이 공연 무대의 배경이 되는 영상을 제작했는데, ‘토즈(toz)’ 가 그린 원화를 로케츠스튜디오에서 2D그래픽 애니매이션으로 만들고 다채로운 효과를 첨가하여 완성하였다. 이 영상을 보면 2D그래픽이면서도 3차원적인 입체감이 풍부하다. 특히 수궁가의 주요 무대인 바닷속 세상은 마치 카메라가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듯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는데, 이런 표현은 카메라의 경로를 상상하고, 공간을 계산하여, 물체들의 위치를 선정하는 작업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된다. 즉 2D 그래픽을 입체 공간처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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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영상 5) <ACC_R_Mani Fold> 2018 / Client : ACC / Agency : Rocketz Studio / Part : 3D, 2D, Motion Graphics



2018년에 김현중 작가와 로케츠스튜디오 동료들은 ACC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이때 제작한 작품이 < ACC_R_Mani Fold >이다(사진5, 영상5). 이 미디어아트 작품에서는 점, 선, 면이 모여 입체가 되고, 이것을 멀리서 보면 다시 점이 되는 방식으로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한 방에는 관객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가 내장된 조형물(조성원 작)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과 연결된 컴퓨터가 다른 방의 스크린에 관객의 얼굴이 등장하도록 작동한다. 관객의 얼굴은 점과 선으로 만들어진 면마다 나타나도록 되어 있다. 관람객의 얼굴들이 모든 면에 다 채워지면 선으로 연결된 구조들은 사라지고 다시 점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로 이루어진 인간사회를 은유한다. 점처럼 개별적인 사람들이 연결되면서 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온갖 일들이 발생하지만, 거대한 우주에서 보면 그저 티끌처럼 작은 점에 불과할 뿐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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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 2019 Fina World Championship_Promo Video > / 2018 / Client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 Agency : Rocketz Studio / Part : 2D, 3D, Animation, Motion Graphics



최근 로케츠스튜디오는 2019년 7월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관련된 일을 수행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마스코트인 ‘수리’와 ‘달이’ 캐릭터를 3D 이미지로 모델링하는 작업을 했고, 대회 홍보용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사진 6). 이 홍보 애니메이션에서는 수리와 달이 그리고 소년이 등장하여 대화를 나누며 대회 일정, 경기장, 숙박시설 등을 흥미롭게 안내하고, 무등산과 ACC 등 광주 곳곳의 풍경 속을 유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사영상과 2D, 3D 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 등이 혼합된 이 애니메이션은 전세계에 대회 홍보용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로케츠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하여 계속 여러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로케츠스튜디오가 항상 주시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동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여 김현중 작가와 동료들은 ‘버츄얼 유튜버(Virtual Youtuber)’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사람 대신 가상의 캐릭터가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로케츠스튜디오는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축적해 온 여러 제작 기술들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형식을 실험할 생각이다. 김현중 작가와 동료들은 그들의 꿈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그들이 꿈꾸는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 . 백종옥 icezu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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