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우 블레하츠와 김봄소리 듀오 콘서트
듀오와 함께 떠나는 유럽 고전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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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
곡은 모차르트의 소나타. 적지 않은 긴장감과 더불어 한두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블레하츠라는 결코 흔히 만날 수 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와의 연주와 그에 비해 경력이 짧다 할 수 있는 봄소리의 연주가 묻히거나 부족해 보이면 어떡하나. 우리나라의 겨울은 매우 건조한데, 저 비싼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명징하게 울리지 못하고 쨍쨍거리면 어떡하나, 저음이 무게를 잡지 못하고 뜨면 어쩌나...
바이올린 소나타의 영역에서 모차르트의 업적은 적지 않다. 그는 바이올린을 소극적 조연에서 적극적인 주인공으로 바꿔 주었고 그의 뒤를 잇는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당연하게 원래 그렇듯 알고 듣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18세기, 비엔나 사람들은 모차르트의 소나타처럼 순수하고 세련되었으며 우아한 그 모든 부분들을 좋아하고 즐겼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21세기인 지금도 비엔나를 방문해 보면 그것의 일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차르트 하우스, 콘체르트 하우스, 무지크페라인스잘 등의 극장을 보고 비엔나의 음악 애호가들 중에는 “저 극장들은 천국의 음악창고 같은 곳인데 그것이 내가 이 동네에 사는 이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몸을 푼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저 두 음악가도 그럴까. 나의 생각에, 블레하츠와 봄소리는 모차르트를 연주하며 마음과 손가락을 워밍업하고,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의 왼손은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서 이제 조금씩 긴장을 풀면서 속도와 열정을 더해, 다음 목적지로 가려는 몸짓을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모차르트가 끝나고 좌석 번호가 적혀 있는 티켓을 한쪽 주머니에 담은 채, 프랑스 국경을 넘어섰다. 포레 소나타,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필자의 경우 화성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등에 이르기까지 독일적인 분위기를 벗어나서, 마스네, 포레, 드뷔시 등의 음악가들은 프랑스 음악은 ‘어쩌면 저렇게 세련되고 우아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국가대표와도 같은 작곡가들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프랑스 작곡가들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끝으로 독일 스타일, 즉 비엔나 중심의 음악이 할 일을 다 했고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봤는데, 그들이 존재 값을 드러낸 것은 그때부터이다. 그러므로 포레와 드뷔시의 음악을 듣는 것은 일종의 프랑스 근대 음악 박물관을 구경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에는 박물관적 성격이 있다.
마치 아득한 옛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 같은 드뷔시 소나타의 첫 부분은 매우 아름답다. 나는 드뷔시 소나타만은,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매우 좋아하고 그를 존경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주자가 기술을 앞세우는가 아니면 음악이 갖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몰두하는가의 문제에서 비롯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끝에, 듣다 보면 연주자의 기술은 망각한 채 음악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연주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대상이 필자에게는 오이스트라흐였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어서, 연주자마다 그것을 실천해 가는 느낌이 다르다. 나의 애청 연주들은 그 외에도 발터 바릴리, 크리스티안 페라스 등인데, 블레하츠와 봄소리의 드뷔시 소나타는 그들보다 조금 빠르고 열정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열차의 엔진 소리가 약간 느껴질 정도라고 하면 어떨지... 젊은 공주 같은 느낌. 나이를 더 해 가면서 왕비 같은 우아함을 갖기를 희망해 본다. 물론 무대에 설 경우, 음악 안에서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연주 무대는 작은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프랑스식 정원. 연륜이 느껴지며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의 정원, 봄소리의 연주는 그 정원의 부분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 겨울에 꽃도 피어 있다. 그리고 ACC 극장 2라는 이름의 열차를 이용한 석양의 프랑스 근대 음악여행은 거기까지였다. 연주자는 블레하츠님과 봄소리님.
그다음 역은 폴란드로, ‘으아, 우리 사실은 이거 연주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 주고 싶었다. 이번 연주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전’이다. 그들의 연주 호흡은 여기에서 최고조로 발휘된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발음을 조심해야 해서 천천히 말해야 하는 작곡가, 그의 이름은 시마노프스키. 이런 농담이 이해될 거라 생각해서 쓰지만 양해를 구해본다.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는 블레하츠가 진정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봄소리님이 먼저 연주하자고 권했다고 한다. 이렇게 건조한 겨울에 최선을 다한 연주에 마음이 움직여서,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참아야 했다. 필자는 부끄러워 표현할 줄 모르는 못난 사람이다.
시마노프스키는 블레하츠의 조국인 폴란드에서 존경받는 20세기 작곡가다. 그의 음악을 끝으로 잠시 후 무대의 조명은 낮추어지겠지만, 시마노프스키 소나타 연주가 끝났을 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세 번의 앙코르 박수 끝에 쇼팽의 녹턴 20번, 원곡은 피아노만을 위한 곡이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밀스타인의 편곡으로 만들어진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나타 형식의 음악이다. 영원한 폴리쉬 피아노의 영웅, 쇼팽의 야상곡 20번은 ‘여러분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등을 토닥여 주는 힘이 있다.
참고로, 봄소리님이 연주하는 ‘과다니니’라는 바이올린은 과거, 그뤼미오와 하이패츠 등의 명연주가들이 연주했던 최고의 바이올린인데, 그중 ‘튜린’이라는 이름의 악기로 알려져 있다. 필자의 경우, 그 바이올린의 소리가 매우 듣고 싶었고 궁금했는데, 눈앞에서 듣는 영광을 누린 그 즐거움에 대해서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음악과 함께 행복을...
슈퍼클래식 전체 프로그램 일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는 2019년 독창적인 제작 프로젝트와 더불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ACC 클래식 공연 브랜드 ‘슈퍼클래식’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국내외 저명한 클래식 아티스트 뿐 아니라 주목받는 차세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이번 2019 슈퍼클래식 라인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글. 나의승 1973ho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