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다문화여성들과 한 땀 한 땀 일궈가는 소중한 삶터

광주초이스

광주를 빛내는 문화예술의 숨겨진 보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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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적 기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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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드르르 드르르 재봉틀 소리, 간간이 이어지는 웃음소리.. 이곳을 방문했을 때 첫 느낌은 편안함과 정겨움이었다. 이름처럼 넉넉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다가왔던 다문화 사회적 기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이하 ‘나무’)’. 광산구 송정공원 옆에 자리한 사회적 기업 가게와 공정무역 카페, 수제품 공방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일반 마트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고양이 인형부터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실내복, 아기자기한 동전지갑과 파우치 등 모두 이곳 ‘나무’에서 만들어진 수제품들이다. 하나같이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기계로 뚝딱 만들어진 제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제품만의 깊은 정성이 묻어난다. 가게 한편의 공방에서는 요즘 한창 많이 나간다는 모자와 마스크, 손수건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하다. 중국 출신의 우준리엔(38.중국)씨는 재봉틀 담당, 일본에서 온 후지와라 유카(46.일본)씨는 자수 전문, 하시다떼 마사요(51.일본)씨는 도안과 재단 담당. ‘나무’의 직원들은 모두 다문화가정 주부들이다.




후지와라 유카 (46. 일본 출신)

“결혼하고 한국에 온 지 19년 정도 됐어요. 공장 일도 해보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아는 분의 소개로 ‘나무’를 알게 됐어요. 원래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적성에도 맞고 함께 일하는 분들도 다문화 주부들이어서 서로 마음이 잘 통해요. 벌써 일한 지 6년이 넘었네요. 정말 감사한 곳이에요."




하시다떼 마사요(51. 일본 출신)

“처음에 큰 애가 아장아장 걸음마 할 때 ‘나무’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됐어요. ‘나무’가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한 거죠. 일본에 있을 때 기본적인 손바느질을 배운 상태였는데, 바느질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오게 됐어요. 여기서 일하는 시간이 참 즐거워요. 저에게는 집처럼 소중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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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아이도 키우고 낯선 한국에서의 자신의 삶도 키워온 다문화 주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다문화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다. 의상학을 전공한 양용 대표가 직접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고용해 바느질을 가르치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10여 년 전. 자신 또한 외국 생활을 하며 타국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잘 알기에 다문화여성들을 위한 일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양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대표)

“제가 2000년 초반에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살게 되었는데 그때 겪었던 일과 생각들이 다문화여성들과 함께 하게 했어요. 그녀들도 자기 나라에서는 온전한 한 사람이었겠지만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어요. 그분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나무’의 출발은 대인시장 한 귀퉁이의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주변의 소개로 인연이 닿은 다문화 주부 아홉 명과 함께 작업장을 차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날 다문화 주부들의 꿈과 소망을 담은 이름이었다. 등에는 아이를 업고 한 손엔 짐을 들고 오픈 마켓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팔던 시절은 고단했지만 서로가 있어 의지가 되었던 날들이었다. 함께 한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나무’는 없었을 거라고 한다. 한때 재정이 어려워져 일하던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떠나갔을 때가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코 녹록지 않은 날들이었지만 ‘나무’는 한해 두해 나이테를 더하며, 다문화여성들의 삶터이자 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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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대인시장 시절



양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대표)

“힘들어도 지금까지 함께 해준 직원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지요. 저희가 지금의 송정 매장으로 이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있는 돈을 모두 털어서 저희 힘으로 만들었거든요. 이사하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데 반은 걱정이 되고 반은 기대가 되었어요.”

축복처럼 쏟아지던 함박눈과 함께 송정동 가게의 문을 열던 날. 직원들과 얼싸안으며 하나처럼 기뻐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무’의 작은 씨앗이 온전히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송정동에 터를 잡은 지 어느새 6년. ‘나무’는 이제 넉넉한 그늘을 주는 한그루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물품과 ‘나무’에서 만든 수제품, 그리고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단순히 고용을 창출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다문화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 서비스부터 창업컨설팅, 청소년 문화카페 사업 등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에 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진행했던 ‘세계요리 여행을 떠나자’, ‘결혼이민자를 위한 아가 마중 나가기’, ‘오감으로 만나는 먼나라 이웃나라’ 등의 프로그램은 다문화 가족뿐 아니라 일반인, 장애인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한 그루의 넉넉한 나무가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듯 ‘나무’가 지향하는 나눔의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 하는 이들 역시 늘어가고 있다. 특별한 말이 필요 없이 ‘나무’라는 공간 자체가 메시지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이다.



문미연(손님. 광주 비아동)

“모임을 할 일이 있으면 늘 ‘나무’를 찾아요. 올 때마다 예쁜 수제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나눔을 많이 하는 곳이라 이 공간에 있으면 좋은 일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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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만나는 먼 나라 이웃나라’(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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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요리 여행을 떠나자’(2018)



물설고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은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가야 하는 다문화가정 주부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족은 해마다 늘어 2016년 통계 기준, 전국적으로 31만여 가구나 된다. 광주전남만 해도 1만 7천여 가구가 넘는다.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 편견 어린 시선들 못지않게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여러 가지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문화주부들의 취업률은 높지 않다. 그나마도 단순 노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오롯이 서는 세상. 그 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가 소중한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나무’는 올해도 새로운 열매를 맺으려 한다. 다문화가정 주부만이 아닌 그들의 가족을 품는 일이다. 다문화 가족 2세대를 위한 여가활동과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부모와의 교감을 돕는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고 다문화주부들의 고용창출을 위한 바느질 교육도 이어간다. 특히 광산구청과 협약해서 ‘나무’에서 만든 출산 축하 용품을 납품할 계획도 잡혀있다.


양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대표)

“다문화 가정 여성들과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청소년 문화카페와 다문화 여성들의 직업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나무가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현재 ‘나무’의 양용 대표는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다. 창업을 하려는 젊은 베트남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창업 노하우를 전하고 ‘나무’의 베트남 시장 개척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혼자 걷는 길은 없다. 함께 하기에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 그 길의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가 한 그루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푸르고 울창한 숲을 이룰 날이 기다려진다. 그 넓은 품으로 사람도, 새도, 햇빛도, 바람도 살포시 안아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오늘도 ‘나무’는 부드럽게 속삭인다. 그 길에 함께 하자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578-14번지
062-973-8216





  • . 유연희 heyjeje@hanmail.net
  • 사진. 황인호 photonever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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