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퍼러리 수궁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걷다






이번에 선보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 애니메이션 음악극 <드라곤킹>은 제목에서도 기존의 판소리의 형식을 깨뜨리려는 실험적 시도가 엿보인다. 제목을 ‘수궁가’ 혹은 ‘신수궁가’라고 짓지 않고, ‘용왕’이라는 의미의 ‘dragon king’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 아래아로 표기하며, 이로써 가장 한국적이면서 글로벌한 제목이 되었다.





<드라곤킹> ‘제1장 어류도감’ 장면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심청가, 춘향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중의 하나로, ‘토별가’, ‘토끼타령’, ‘별주부타령’으로도 불린다. ‘수궁가’의 내용은 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별주부가 용왕의 약에 쓸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데려오지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육지로 살아 나온다는 내용의 현전 판소리 작품이다. 원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해 용왕 광리왕이 주육(酒肉)을 지나치게 즐기다가 병을 얻는다. 도사가 내려와 여러 가지 약과 침을 써보지만 낫지 않고, 다시 진맥을 해보더니 토끼의 간이 유일한 약이라고 일러준다. 용왕은 크게 탄식하며 토끼의 간을 구할 방법을 의논하고자 수궁의 만조백관을 어전으로 불러들인다. 거북, 조개, 물메기 등이 천거되나 이를 반대하는 신하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방게는 자원했다가 창피만 당한다. 결국 육지에 나아가 토끼의 간을 구해오겠다는 별주부의 상소가 받아들여진다.

토끼의 모습을 그린 화상을 받아들고 모친, 아내와 작별한 별주부는 수궁을 떠나 육지에 도착한다. 이때 온갖 날짐승, 길짐승들이 모여 서로 높은 자리에 앉겠다고 상좌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별주부는 그곳에 있던 호랑이를 토끼로 착각하고, 그가 '토생원'인지 물어본다는 것이 '호생원'이라고 잘못 발음해 호랑이와 맞닥뜨리게 된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별주부는 정성스럽게 산신제를 지낸다. 드디어 토끼가 눈앞에 나타나자, 별주부는 수궁이 육지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는 달콤한 말로 토끼를 유혹한다. 겨우 토끼를 꾀어 데리고 가는 길에 여우가 나타나 토끼를 만류한다. 별주부는 꾀를 내어 토끼를 다시 설득하고, 무사히 수궁에 도착한다. 토끼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것을 듣고서야 토끼는 제 간을 약으로 쓰기 위해 별주부가 자신을 데려왔음을 알게 된다. 이에 토끼는 간을 빼어 육지에 두고 왔다는 거짓말로 용왕을 감쪽같이 속이고, 수궁에서 극진한 대접까지 받는다. 별주부가 항의해보지만 이미 토끼의 꾀에 제대로 속아 넘어간 용왕은 토끼를 육지로 돌려보낼 것을 명한다. 별주부의 등에 업혀 육지로 돌아온 토끼는 어서 간을 가지고 나오라고 사정하는 별주부를 조롱하며 자신의 똥을 싸서 던져주고 달아난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기쁨도 잠시, 토끼는 사람이 놓은 그물에 걸리고, 독수리에게 쫓기는 등 여러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토끼는 그때마다 절묘한 꾀를 써서 용케 위기에서 벗어난다. 별주부의 충성으로 용왕은 쾌차하고, 토끼는 산중에서 살다가 월궁으로 간다. (한국전통연희사전, 2014. 12. 15, 민속원)






<드라곤킹> ‘제3장 고고천변’ 장면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 공연이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판소리, 라이브 퍼포먼스의 융합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곤킹>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궁가이지만, 더 이상 우리가 생각했던 ‘수궁가’가 아니다. 이 공연을 연출하고,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연출을 맡기도 한 양정웅 연출가는 ‘이제 더 이상 아시아의 전통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주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공연을 탄생시켰다.

이 공연에는 ㈜토즈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맡았고, 영화 <놈놈놈>의 음악을 비롯하여 음악그룹 비빙과 씽씽밴드를 통해 국악의 현대적인 작업들로 각광을 받은 바 있는 장영규 음악감독이 참여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수궁가’라는 판소리를 <드라곤킹>으로 보이게 하는 것에는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역할이 크다.





극의 연출에 있어서도 현대적 감각이 엿보인다. 관객이 다 알고 있는 스토리여도, 혹은 전혀 스토리를 모르더라도 스펙터클한 시각적 효과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스크린의 활용도 돋보이는데, 스크린을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하는 곳이자 무대설치로도 사용하며,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용왕, 독수리, 호랑이와 실제 퍼포먼스를 하는 토끼, 자라, 소리꾼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우러진다. 특히 등장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을 변화시키거나, 자라의 얼굴을 라이브캠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드라곤킹>은 판소리, 애니메이션, 라이브 퍼포먼스, 음악, 미술 등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기며, 큰 환호를 받았다. 이번 시도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술이 전통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전통적인 것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세계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었다.

이번 트라이아웃 공연에서는 스토리텔링에 큰 문제가 없는 일부장면만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관람객의 모니터링 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작에 반영하여, 2019년에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드라곤킹>이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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