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생은 처음이지!







이번 디자인 랩 사업이 시작된 것은 7월.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이 세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ACC 문화창조과의 장성권 전문위원, 동구청 문화관광과의 김희선 주무관, 그리고 이번 사업을 총괄 실행한 한우성 감독이 그들이다. 디자인 랩 사업을 위해 기관과 기관, 기관과 민간이 만나 안정적인 삼각형을 그리기 까지 디자인 랩 3인방이 고군분투기를 들어본다.










팝업스토어-하와이안 보울



Q.디자인 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해 주신다면요?

장성권 전문위원: 2018년도에 했고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위해서 지역과 연계 협력을 위한 사업 취지를 살리고자 하게 된 것이 2018년도 디자인 랩 기본 사업이고 디자인 스트리트 전시는 동명동 인근 40여개 상가와 작가가 협업을 해서 작가와 협력한 팝업 스토어. 홍보를 하기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무라타 치아키의 버내큘러 디자인 가위



Q. 이번에 디자인 랩에서 보여준 버내큘러 디자인이 가위가 나왔잖아요. 왜 가위일까 고민했었는데요.‘삶의 불편함을 해소하면 그것이 디자인이다.’ 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선명할까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한우성 감독: 버내큘러 디자인부터 말씀드린다면 전통적이거나 토착성 지역성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기존의 산업적으로 있었던 것이 문화와 같이 결합하면서 생기는 건데요. 예를 들면 냉장고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김장문화와 연결돼서 김치 냉장고가 생긴 것이 그렇죠. 마찬가지로 고기를 잘라먹는 문화는 없었어요. 고기를 먹는 문화가 생기면서 가위를 쓰게 되게 된 거죠.

장성권 전문위원:
공업용 가위인데 이걸 식용으로 쓰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한 거죠.



Q. 아! 대한민국의 식생활 문화라는 거죠. 가위가?

한우성 감독: 그런데 식생활에 공업 가위를 쓰고 있으니까 버내큘러 디자인 측면에서 문화와 효율성을 담보해보자는 거죠. 기존의 가위는 기름이 묻으면 미끄러지고 오래 쓰면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이번에 만든 다용도 가위는 사용성을 높이고 자르기도 편하게 만들었어요. 음식문화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죠. 음식문화를 리서치도 하고 분석해봤더니 위생적으로 많이 문제가 되더라고요. 통에 넣거나 바닥에 있거나 하는. 그래서 세울 수 있는 가위 등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디자인이 나왔고요. 또 하나는 사용자가 두 명이예요. 음식점 조리하시는 분이 전문적으로 쓰기도 하고 집에서 쓰기도 하고요. 그래서 쓰는 사람에 따라서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문제점을 분석한 후 그걸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디자인이 나온 거죠.



Q. 주민들에게도 [디자인 랩] 사업이라는 게 중요한 이유는 ‘디자인이라는 게 삶을 재발견하게 한다’ 라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장성권 전문위원: 그렇죠. 굉장히 많은 분들이 ACC 하늘 마당을 이용하는데 행사가 많다 보니 쓰레기가 엄청 나거든요. 내년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해서 분리수거나 쓰레기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디자인적으로 풀어볼 수 있도록 사업을 구상 중이예요.










Q. 이번 사업의 성과는 어떤 것이라고 보세요?

장성권 전문위원: 지역 상가들을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 지역 상인들이 참 많이 응원을 해주셨고 좋아해주셨어요. 올해는 시범 사업을 운영했고 내년에는 동구나 동구 인근 다른 지역까지 확대 운영하려고 합니다. 하반기 12월에 동구청에서 주최해서 아시아음식문화지구의 디자인 스트리트 전시 시즌 2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Q. 디자인 스트리트 전시 시즌 2는 원래 있었던 계획인가요? 아니면 이번에 성과가 좋아서 더 해보자 하고 생긴 계획인가요?

김희선 주무관: 동명동 디자인 스트리트 시범사업이 성과가 좋고 주민들도 만족을 많이 했거든요. 음식문화지구사업은 저희가 기존에 했던 사업인데 동명동 디자인 스트리트 사업과 음식문화지구사업과 연계를 해서 해보자라고 한 거죠.



Q. 그러면 굉장히 성과가 빨리 나온 거네요? 그만큼 성과도 좋았고...

김희선 주무관: 네. 그 다음에 중요한 게요.

한우성 감독:
연계 협력이 좋습니다. 동구청과 ACC의 연계 협력.

김희선 주무관:
저는 동구청 소속인데 전당장님이나 동구청장님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ACC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ACC와 동구청 간의 연결고리 역할이죠. 이런 저런 사업들을 찾아내서 두 기관을 연결시키고요. 동명동 디자인 랩 사업을 하다 보니 동명동 뿐 만 아니라 동구의 다른 지역에도 문화적 공간들이 많이 접목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음식문화지구사업이 있어서 접목시키면 좋겠다 싶어서 엄청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어찌 보면 광주의 국책 기관들이 지역과 어떻게 협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일 수도 있겠어요? 한우성 감독님은 현장에 계시니까 더 느끼시겠네요?

한우성 감독: ACC와 동구는 협업이라는 게 잘 맞물려 있는 거 같아요. ACC가 첫 번째로 하는 시범 사업지가 동구니까 당연히 동구의 행정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걸 동구에서 배려를 잘 해주셔서 성과를 빨리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목적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데 배려하는 차원에서 굉장히 잘하시는 거 같아요. 이를테면 저희가 40 곳의 소상공인들과 만나야 되는 거잖아요.

장성권 전문위원:
한 감독님이 열심히 돌아다니시고 다 설득을 했고 그런 과정에서 동구청에서는 실제로 만나야 하는 상인들과 중간 다리를 해주셨어요. 또 설명회나 공청회를 했을 때도 협조해주셨고요. 이 사업 뿐만 아니라 ACC에 1년에 작가가 230여명 정도 들어오는데 숙박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이 부분을 동구에서 연계 협력해서 지원해 주는 걸로 논의 중입니다.










Q. 이번 디자인 랩 사업으로 지역의 문화 지수도 굉장히 올라갈 것 같은데요?

한우성 감독: 그렇죠. 문화적인 창조 활동이 활발해지는 거죠. 동명동에 입점하고 있는 상점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최대한 끌어내자 하는 것이 디자인 랩의 목적이었어요. 상점별로 디자이너나 작가를 매칭 할 때도 그냥 작품을 넣는 매칭이 아니라 이 상점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작가를 매칭해주고 그 작가가 이 공간을 연출해주는 거죠. 그러면 이 상가의 정체성이 극대화 될 수 있겠죠. 디자인 랩이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고 정체성을 끌어내서 상가의 가치를 확장시킨다는 측명이 강해요.



Q. 어쩌 보면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한 단계를 더 끌어올리는 ‘법고창신’ 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한우성 감독: 네 맞습니다. 그게 일종의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가 있고 범위가 넓어진다면 동구나 광주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는 거죠.



Q. 그런데 이런 시도들이 많았는데 잘 안됐잖아요. 그동안?

한우성 감독: 아마도 협업 시스템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해서 그런 거 같아요. 디자인 랩 같은 게 축척되고 확장될 필요가 있는 거죠. 또 보통 사업 추진하면 지자체마다 어떤 프레임 툴이 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주민들이나 상점 주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갇힌 프레임이 아니고 열려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열려있는 행정이 좋은 결과, 빠른 결과를 가져온 거죠.

김희선 주무관:
또 흔히 말하는 ‘주민참여’가 접목된 사업인 거죠.



Q. 디자인 랩이 주민들이나 상점에도 큰 의미가 있었겠어요?

한우성 감독: 한 참여업체가 그러더라고요. 그동안 ACC나 다른 지자체와도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는데 이번 디자인 랩은 본인들이 만족스러웠다고요. 그래서 또 참여하고 싶다고.

김희선 주무관:
한 쥬얼리 업체는 패션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다보니까 패션 쪽으로도 확장해서 사업을 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한우성 감독:
이 디자인 랩이 정착이 되고 쌓이면 상점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헤쳐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Q. 문화적 역량이 쌓여서 상점들이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디자인 랩의 가장 행복한 그림, 해피엔딩이네요?

김희선 주무관: 시즌 2도 지역 경제 부분과 연결되는 것으로 고민중이예요. 디자인 랩 사업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게들이 식문화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요.



Q. 참여 작가 반응도 궁금합니다.

한우성 감독: 이번 디자인 랩은 정해지지 않는 틀에서 만들어가니 발전적이라는 점. 또 작품이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를 느끼셨다고 해요. 전시회는 남을 수가 없지만 디자인 랩에 참여한 몇 몇 상점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작품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만족도가 높고 내년에도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Q. 다른 도심재생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요?

한우성 감독: 가장 큰 건 협력이고요. 또 관점부터가 좀 달랐어요. 동구랑 ACC는 도심 재생을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니라 문화벨트를 만들겠다고 해서 시작한 거예요.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향후 도심 재생에 필요한 것들은 찾아서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많은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어요.



Q. 다른 도심 재생사업과는 출발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일동: 맞습니다.

김희선 주무관:
이번 사업은 행정기관 입장에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주민 입장에서 주민이 계속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쪽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죠. 일시적인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가게들이 기관이나 작가가 떠난 후에도 경쟁력을 갖고 자생적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아이템을 연결하려고 하는 거죠. 행정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 경제 활성화잖아요. 그 부분을 이루는 것이 목적입니다.

장성권 전문위원:
제일 좋은 것은 지역의 자산화가 되는 겁니다. 자산화가 축척이 돼야 지역도 활성화가 되니까요. 자산화란 목적을 위해서 디자인 등 을 제안하는 것이 저희들의 취지입니다.










Q. [디자인 랩] 사업을 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한우성 감독: 뿌듯하다는 거? 일도 뿌듯하고 더 나아가서 이걸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제일 큰 게 아닐까요?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요. 사실 민간업체에서 뭘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인드를 많이 갖고 있진 않아요. 다들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절실하게 느낀 게 행정 기관이 리더십을 갖고 끌어당기고 뭘 해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주니까 민간 업체도 전문성을 가지고 이걸 따라 가겠다 라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그 전에는 행정이 굉장히 닫혀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경험으로 열린 행정과 협력에 대해 알게 된 거죠.

김희선 주무관:
2015년에 ACC가 개관하면서 지역 사회와는 따로 논다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전당은 안으로 들어가 있잖아요. ‘저기서 뭐하는 거야?’ 하는 평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전당장님과 동구청장님의 생각과 방향성이 같아서 두 기관은 상생을 해야 한다 라는 입장에서 제가 ACC에 상주 근무를 하게 됐는데 그 성과가 바로 동명동 디자인 스트리트 사업이거든요. 이걸 보고 ‘우리 두 기관도 상생할 수 있구나. ACC의 콘텐츠가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으로 나올 수 있구나’ 하는 하나의 모범 사례를 발견한 거죠. 또 저 개인적으로는 문화적으로 큰 공부가 되고 있어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그래서 다른 동료 공무원들에게도 파견 근무를 강력 추천합니다.

장성권 전문위원:
시즌 2 할 때는 작가나 상인들이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뒤에서 지원해주고 그런 분들이 목소리를 내주고 앞으로 나가줘야 진짜 문화중심도시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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