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문화도시를 주목하다











박근태 박사의 연구주제인 ‘동아시아문화도시’라는 사업도 문화 교류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각 도시의 개성과 문화 콘텐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박근태 박사에게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의 의미와 문화도시, 도시브랜드화, 광주의 비전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 예전부터 ‘예향’, ‘예술의 도시’ 등 특정한 도시의 성격을 표방하는 단어들이 쓰여 왔고 최근엔 우리나라 지자체마다 자신들의 도시를 수식하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이런 것들과 ‘동아시아문화도시’란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f132 ‘동아시아문화도시’란 개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 ‘동아시아문화도시’는 하나의 이벤트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이 스스로를 수식하는 어떤 개념들을 만들어 내고 이를 또 홍보하고 있는데요,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이런 것들과는 다르게 한중일 정부 간 합의에 의해 탄생한 하나의 이벤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시다시피 한중일 3국은 역사, 문화, 사회, 정치적으로 꽤 밀접하고 또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이 많이 있고,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갈등을 도시간의 교류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해소해보고자 2012년 3국의 문화장관들이 중국 상하이에 모여 ‘동아시아문화도시’ 추진에 합의하고 2014년 각 국에서 첫 번째 도시들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그램 같은 사례를 많이 참조하여 탄생하게 된 프로그램입니다.






Q : 우리나라에서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들은 몇 개나 되며 어떤 도시들인가요@f133 또 향후 ‘동아시아문화도시’가 더 생겨날 예정인가요@f134 그리고 ‘동아시아문화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앞서 설명 드렸듯이 동아시아문화도시는 한중일 3개국이 매년 한 도시씩 선정하여 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2014년 시작했으니 올해까지 5개의 도시가 각각 선정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광주광역시, 2015년 충북 청주시,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2017년 대구광역시, 2018년 부산광역시가 각각 선정되었고 내년에는 인천광역시가 선정되어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중일 3국에서 같이 하기로 한 만큼 아마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계속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되고 싶은 도시는 공고가 나왔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 응모하면 되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고에 따르면 도시의 역량, 사업의 추진계획, 지역문화 발전계획, 재원조달 계획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고 합니다.



Q :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곳들은 어떤 방식으로 관련 사업이 추진되나요@f135


A :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되면 각 도시의 지자체 중심으로 향후 1년간 어떤 프로그램들을 선보일지 구상이 시작됩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중국과 일본의 해당 도시들과의 교류가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각 도시의 문화예술인들이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전시, 공연 등의 활동을 하고 마찬가지로 상대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도시에 방문단이 와서 활동을 하고 갑니다. 이러한 교류는 예술 분야, 특정 전문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는 청소년 교류 캠프 같은 것들도 벌어지면서 참가자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연초에 개막과 함께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연중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이 구성됩니다. 전시, 공연 같은 일반적인 행사에서 세미나 등의 행사, 각국의 교류프로그램 등이 벌어지다가 연말 즈음하여 폐막식과 함께 행사를 마무리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Q : ACC에서 박사님이 연구하신 주제는 <도시 브랜딩에서 문화행사의 역할 : 동아시아문화도시 연구>입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 주시고, 국내 대표적인 동아시아문화도시의 사례로 든 광주, 청주, 제주시의 공통점이나 특징 또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십시오.


A : 저는 ACC에 방문학자로 머무르는 동안 한중일 3국 정부가 꽤 의욕적으로 시작한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첫 3개 도시를 좀 살펴보았는데요,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더 나은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제안하고자 하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에서 다 설명 드리기는 좀 힘들 것 같구요, 간단하게 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그램의 의미는 한중일 3국이 이들 사이의 복잡한 정치사회적 갈등 해소에 문화적인 측면의 접근을 통해 노력한다는 점에 있구요,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아닌 일반인의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각 정부가 내세우는 의미이기도 하고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 이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분명 민간 차원에서 교류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 테니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 저 역시 생각합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태생자체에서 상호교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된 도시들 자체를 위해 어떤 점이 좋은지 그 고민이 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서로간의 왕래는 왕래로 끝나기가 쉽습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된 그 도시 자체에도 뭔가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아무래도 각 도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활용하고 이를 프로그램에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이는 사실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은 점점 더 환경이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당장 내년의 동아시아문화도시가 올해 하반기에 결정되는 이런 구조 속에서 내실 있는 기획을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즉 프로그램의 운영 측면에서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선정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면서 해당 도시들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처음 참고했던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더라도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각 도시의 프로그램은 사실 이런저런 행사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청주의 젓가락 페스티벌만 잠깐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주는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를 통해 젓가락 페스티벌이라는 꽤 성공적인 이벤트를 발굴해 냈습니다.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볍씨, 생명문화와 관련된 인근의 산업단지, 그리고 한중일 3국의 공통된 젓가락 문화 등이 잘 결합돼서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이벤트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 국의 젓가락이 디자인과 재료가 다르고, 또 이를 사용하는 문화가 다르고, 이제는 젓가락이 식문화와 결합하고 또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추구해가는 것을 보니 꽤 즐거웠습니다. 청주는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고 이 축제도 그때 처음 열렸지만 이후에도 해마다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도시들도 이러한 내용을 개발해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Q :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그램이 도시간의 상호교류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청주의 사례를 보면 특별한 문화행사 등 각 도시마다 독특한 콘텐츠와 환경을 갖추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이 결국 ‘문화도시’라는 도시의 브랜드화로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왜 도시의 브랜드화가 중요시 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A : 모든 도시가 스스로를 브랜드화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도시는 그 도시에 거주하는 구성원을 위해 적합한 주거환경을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지만 스스로를 브랜드화 해야 하는 의무는 없으니까요. 다만 도시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특정한 내용으로 브랜드화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찾아봐야 하겠지만 지구상 인구의 상당수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각 도시는 뛰어난 인재나 기업 등을 유치하기 늘 경쟁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브랜드화가 이런 도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모두가 브랜딩 개발에 시간과 예산을 쏟는다고 생각합니다.



Q : 문화도시에도 각 도시가 가진 콘텐츠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을 것 같은데요@f136


A :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문화도시라고 부르는 도시들은 각자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독특한 콘텐츠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화는 꽤 광범위한 정의로 이해해야 하는데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미술, 음악, 공연 등의 예술 관련 분야들뿐만 아니라 역사, 디지털 기술, 자연환경 등 인류가 남긴 다양한 유무형의 유산들이 다 포함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같은 것을 보면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영화, 음식, 문학, 미디어 아트, 음악 등 일곱 가지 분야에서 창의도시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위의 순서로 경기도 이천시,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전북 전주시, 경기도 부천시, 광주광역시, 경남 통영시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Q : 광주광역시의 경우 많은 문화 콘텐츠가 있지만, 시민들이 문화도시 같은 뚜렷한 비전을 피부로 느낄 만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광주가 문화도시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A : 사실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광주는 현재 광주비엔날레라고 하는 잘 자리 잡힌 미술 행사도 개최하고 있구요, 미디어 아트 분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도 가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를 강조하기 이전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서 얻은 민주, 평화, 인권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구요. 전통적으로 맛의 고장이었다는 것은 뭐 더 설명할 것도 없겠죠. 즉 어찌 보면 너무 많은 브랜드를 가진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문화도시 광주의 비전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역시나 제가 여름 동안 머물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보다 정확하게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화 관련 사업이고 엄청난 잠재력 역시 갖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사업이 단순한 문화 사업이 아니라 광주의 여러 정신을 담아내면서도 미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화전당, 그리고 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앞으로의 광주를 생각한다면 이 부분에서 더 꾸준히 애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겠지요. 문화의 특성상 어느 순간 갑자기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조금씩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긴 호흡으로 무엇이건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얼마나 적절한 대답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016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코스



Q : 요즘 인구 감소로 인해 지자체의 존속을 걱정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광주 역시 인구가 감소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동아시아문화도시 같은 유형의 문화 사업들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f137


A : 문화도시 사업이 광주의 줄어드는 인구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인구의 증감,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은 상당히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고, 이는 아시다시피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고려되는 분야니까요.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문화가 활용되고 있고, 광주에서 추진하는 모든 문화 관련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기여한다면 좀 더 큰 그림에서는 기여할 수 있다고도 여겨집니다.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고, 이것이 현지의 교육 및 산업계와 연계가 된다면, 또한 광주만의 정신과 기존의 훌륭한 문화자원이 근저에서 버팀목이 된다면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난다고 믿습니다.



Q :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추진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그 장단점은 무엇인가요@f138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이 얼마만큼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지요. 3국의 협의로 추진되었기에 분명 큰 문제 없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애초의 기대처럼 문화를 통해, 관이 아닌 민의 활약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아직까지는 민간에서의 역할을 보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까지의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들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프로그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같이 하려는 점이 어떤 희망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시작은 관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이후에 이루어지는 일들이 민간 차원에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 등의 난제를 딛고 조금씩 이러한 내용들이 쌓인다면 분명 국가 주도 차원의 동아시아문화도시는 하나의 시작처럼 되고 이후에 그 도시 네트워크에 축적된 도시들 간의 그리고 그 도시 구성원들 간의 활약에서 더 의미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제 5년 차를 진행하는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그램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앞으로 더욱 두고 볼 필요가 있겠지요.



Q : 박사님이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입니까@f139


A : 우선 동아시아문화도시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좀 장기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타성에 젖어 형식적으로 흘러갈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도시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남을 만한 어떤 무언가를 발견하고 개발하는지, 그리고 그들에 의한 교류가 발생하는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내용으로는 또 아시아 각국에서 산업유산들을 문화(산업)시설로 변형하여 활용하는 사례들을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이런 현상은 서구에서 진행되었던 도시재생의 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아시아 각 도시만의 고유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있기에 이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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