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북한 미술전'













Q. 반갑습니다. 광주에 장기 체류 해보시니 어떠셨어요@f104

A. 이렇게 광주에 길게 있는 건 처음이에요. 집사람이 광주 출신이에요. 광주에서 나서 어릴 때 서울로 갔는데 저는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오래 있으니까 광주의 인심 같은 걸 체험하게 되고요. ‘광주는 진짜 광주답구나’ 그런 걸 느꼈어요.



Q. 광주는 좀 세다는 편견도 있는데요@f105 혹시 그런 면에서 광주답다..라는 건 아니신지요@f106(웃음)

A. (세다는 편견은) 말씨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뭐 전혀..



Q. 지내보시니 그런 센 느낌은 없구요@f107

A. 전혀요.






Q. 참 많이 하셨겠지만 ACC 웹진을 위해서 북한전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A. 북한전 전시에 총 네 묶음이 있는데요, 첫 번째가 주제화예요. 어떤 주제가 있는 거예요. 인민의 생활상이라든지 일반적으로 노동 현장이라든지, 주제화가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정수라고 할 수가 있어요.



Q. 하지만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체제 선전이다’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f108

A. 우리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흐름을 일반적으로 잊어버리고 아니면 모르고 북한 미술을 보기 때문에 북한미술에 나타나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성향을 ‘체제 선전이다’라고 비판을 하게 되요.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게 사회주의에서 나오는 한 양식이니까요. 지도자의 우상, 아니면 노동자들의 노동의 미화, 인민들의 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밝게 만드는 것 이런 것을 체제 선전의 일부라고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은 미술사에서 나오는 사회주의 미술과는 달라요. 사회주의 미술은 이런 상황을 어둡게 표현하는 거고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은 이런 현실을 밝게 표현하는 것이죠.



Q. 아. 그러면 결과물이 아주 달라지잖아요@f109

A. 완전히 다르죠. 북한의 경우는 양상이 굉장히 밝게 나타나잖아요. 그렇지만 사회주의 미술은 어둡게 나타나요. 아픔이나 고통이나 굶주림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좀 더 어둡게, 기왕이면 어둡게 표현하는 거죠. 양쪽을 보면 둘 다 과장이 있어요. 사회주의 미술은 어떠한 정부나 체제를 대변하지 않고 그 사회의 면모를 그대로 나타는데 반해서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은 체제나 정부의 방침에 따라서 표현하기 때문에 체제 선전이라는 말이 나오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게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한 양상이에요. 구소련 미술이 그렇듯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재밌는 것은 우리가 구소련 미술을 보고 비판하지 않잖아요. ‘아, 이건 구소련 미술이구나’ 하는데 북한미술을 보면 ‘이건 예술이 아니다’ 라고 비판하거든요. 이건 참 재밌는 현상 아니에요@f110 특히 이런 주제화를 통해 보면 웃는 모습이 (그려진 게) 많잖아요. 웃는 모습들이 많이 있죠. 상당히 은근하게 웃기도 하고.






Q. 표정들이 아주 밝아요@f111

A. 이것이 비판의 대상이에요. ‘굉장히 고통을 받고 힘든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웃느냐.’ 이런 말들, 그런데 이걸 이해하려면 북한 역사를 좀 알아야 해요. 1995년 그 즈음에서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시기가 왔죠. 자연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웃으면서 가자.’ 라는 역사적인 구호를 내세웠어요. 북한 체제에서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만 웃으면서 가자를 내세웠기 때문에 미술에 나타난 거예요. 미술가들이 그렇게 표현한 거예요.









A. 이것은 최근작인데 김인선 작가의 ‘소나기’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의 과정을 제가 많이 따라 다녔어요. 3년 동안 목탄 스케치부터 채색하는 과정을 봐 왔어요. 재밌는 것은 이 작가가 모델을 가져오기 위해서 해군 합주단에서 음악 하는 여성을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서 교섭을 하고 또 그 사람이 친구를 데려오고 그런 과정이 있었어요. 가운데에 있는 여성은 처음에는 얼굴이 앞을 보고 있었거든요. 습작까지 따로 그렸는데 나중에 옮기는 과정에서 위로 쳐다보게 하고 자기 딸의 얼굴로 바꾸고...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구도나 메시지나 이걸 전하기 위해서 작가들도 무던히 노력을 한다는 것이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요. 또 (자세히 보면) 여기 이어지는 선이 있잖아요. 여기 다른 그림이 있었어요. 그걸 떼어 버리고 막판에 다시 그려서 부쳤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구도에 있어서 조잡스러워서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Q. 북한 작가들의 작가 정신이 굉장히 치열하다는 거네요@f112

A. 우리가 사실 작품 할 때 (문범강 큐레이터는 화가이기도 하다) 어느 세계 어느 사회에 있던지 모든 작가들이 열심히 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예요.






A. 이 작품은 최창호 작가의 「노동자」라는 작품인데 굉장히 독특해요 최창호라는 작가가 북한의 대표적인 몰골 기법의 작가인데요. 이 그림은 특이하게 바깥의 외곽선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러면서도 붓 터치 같은 게 정말로 자유분방하게 표현됐어요. 동양화는 덧칠을 못하는데 정말로 능수능란하게 붓을 사용해요.



Q. 멀리서 보면 유화의 마티에르가 겹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잖아요@f113 동양화 기법으로 그렸다는 걸 말 안하면 보통 사람들은 모를 것 같은데요@f114

A. 그렇죠. 일반 사람들은 동양화라는 말은 알지만 테크닉까지는 모르잖아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법으로 그려졌는지 모르죠. 동양화는 선으로 이뤄지고 수묵이고 담채 약간의 색이 들어가는데 북한에서는 조선화를 개발하면서 선과 색채를 이용하고 입체적인 모습 쪽으로 많이 발전 시켰어요. 북한의 인물화는 한 중 일에는 없는 양식예요.



Q. ‘북한 조선화의 인물화는 동양 인물화의 정수다’ 이런 표현도 하셨어요@f115

A. 북한식으로 발전시킨 거예요. 거기서 매력이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됐냐면, 차단이 가져온 결과예요. 오랫동안 폐쇄되다 보니까 자기 나름대로의 교육 등을 통해서 크게 발전시킨 것이죠.

Q. 북한이 갈라파고스처럼 되면서 한 부분의 정수들을 진화시킨 느낌이랄까요@f116

A. 사실은 동양화에서 이렇게 표정 같은 걸 뭉클하고 강렬하게 나타낸 것이 없어요. 한국화는 인물화들이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아서 차갑고 무표정한 느낌이나 굉장히 세밀한 선으로 발전한 거죠. 어디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렇게 발전한 거예요. 나머지는 현대 추상적으로 발전했고요. 그런데 북한은 전통적인 어떤 부분을 잘 주물러 가지고 나름대로 자기 것을 만들었죠.






A. 김철 작가가 그린 「눈 속을 달리는 범」은 동물화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호랑이 그림인데요. 이 그림의 특징은 물이 거의 없이 뻑뻑하게 그린 갈필화인데 이 눈이 오는 모습을 표현한 모든 흰색이 그림을 안 그린 거예요. 눈 오는 모습 눈송이가 색칠을 하지 않고 남겨 놓고 바깥으로 그린 거예요. 유일하게 흰색으로 그린 게 털, 수염만 흰색으로 그렸고 나머지는 흰색 종이 그대로 남겨놨어요. 정교하게 그리면서도 굉장히 시(詩)적으로...



Q. 비어놓는다는 생각을 못하잖아요@f117

A. 이렇게 하면 뭐가 좋으냐면,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여기에 흰색을 섞으면 부자연스럽고 이질감이 생겨요. 인간이 느끼는 비나 눈에 대한 감성이 있잖아요. 이걸 너무 잘 나타내는 거죠. 북한에서는 이런 쪽으로 잘하고 있어요.








Q. 전시 제목이 「북한미술: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역설)」이잖아요. 작품을 보니까 알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설명해주신다면@f118

A. 크게 보면 사회주의 사실주의인데 자세히 보면 역설적인 게 많이 들어가 있어요. 우리가 단순하게 선전화다 그러는데 선전화지만 그 안에서 굉장히 힘 있고 역설적인 걸 많이 이야기 하고 있어요. 인간 드라마가 들어가 있어요. 신파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남녀의 따뜻한 애정 표현이라든가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하는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게 하나 하나의 드라마인 거죠. 집체화를 그리면서도 일상생활에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을 반영을 시켜서 한 편의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가 볼 때는 좀 질이 낮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이게 중요한 거예요. 인민이 느낄 수 있고 인민이 자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것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걸 표현하는 거예요.



Q. 거칠게 비유하자면 한국에서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계속 대입하는 것처럼 북한은 집체화를 보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거예요@f119

A. 네 바로 그겁니다. ‘그렇지 저거야~’, 아니면 ‘저런 걸 나도 원하는데...’ 이런 거.



Q. 너무 뻔한 얘기지만 그런 북한 대중들의 마음을 그린 그림들이란 말이죠@f120

A. 그렇죠. 북한 미술이 좋은 점이 시원하다는 거예요. 현대 미술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층위를 파고들어가서 이해하고 그런 게 없잖아요. 북한에서 중시하는 게 뭐냐면 ‘그림은 인민이 이해해야 하고 두 번째 시(詩)적이어야 한다.’ 하는 것이에요. 뭉클한 게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포토 리얼리즘처럼 그리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능력이 있어도...



Q. 그림은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詩)적이어야 한다는 건 예술성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감정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거잖아요@f121 어쩌면 현대 미술에 던지는 메시지일 것 같아요@f122

A. 맞아요. 미술은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어떤 작가적인 해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 중에서도 시(詩)적 표현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게 북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접근 방법이고요.






A. 「평양성 싸움」을 보면 외곽선이 거의 없는 건데 이걸 몰골법이라고 하는데 이건 역사적으로 임진왜란을 그린 거예요. 이분이 그 유명한 사명대사예요. 이 분이 평양성을 탈환한 장본인 의승이죠. 그리고 하나 재밌는 건 남장한 여성이 있는데 이 사람은 표정을 보세요. 남을 칼로 살상하는 표정이 아니에요. 왜 이런 표정을 짓느냐면, 북한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나 굉장히 고통이라든지 전쟁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숭고함 존엄성을 나타내겠다는 거죠. 그래서 단아하면서도 의지가 잔뜩 들어간 얼굴로 잔인한 표정을 안 짓는 거죠. 그게 북한 작가들이 나타내는 방법인데 아직 아무도 이야기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연구를 하면서 이 사람들이 자존, 존엄성, 숭고함 같은 걸 나타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걸 느꼈죠.



Q. 인간에 대한 긍지나 자부심이 굉장히 크다는 거죠@f123

A. 그렇죠.






A. 이건 운봉집이라는 건데요. 운봉은 북한의 미술사가인 리재현의 호예요. 이 분이 문인화를 그려요. 문인화의 특징이 뭐냐면 형상을 비슷하게는 그리지만 극사실로는 안 그려요. 상당히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 중요한 것은 제발이라는 시가 들어가는데요. 이 내용은 정현웅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죽고 나서 그 부인 찾아와서 자기 남편의 업적을 잘 기술을 해달라 하는 내용을 아주 담담하게 적고 있어요. 운봉이 보기에 정현웅의 뛰어난 점은 벽화, 고구려 벽화를 모사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을 쓰고 있어요. 북한 미술사의 야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고 또 미술사가 이기도 하니까 정사라고도 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이 그린 문인화 중에 백미라고 볼 수 있는 뛰어난 그림인데요. 황해북도 연탄 지방에 있는 심원사, 북한에 남아있는 오래된 사찰인데. 자기가 대학 시절에 조준호 선생이라는 자기 스승과 같이 단청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또 누구 이야기가 나오냐 하면 ‘조준호 선생은 리여성 선생이 아끼고 키워낸 제자로서 단청 연구를 학술적으로 심화시켜 이 시기 학위를 받았다’ 이런 내용이 나오죠. 리여성은 누구냐면 이쾌대의 형이에요. 그림도 아름답고요.



Q. 운봉선생의 그림을 보면 북한미술사를 알 수 있겠네요@f124

A. 나타나지 않았던 정보를 알 수 있죠. 아코디언처럼 된 시화첩인데 쭉 펴면 저절로 서 있고 한쪽에 12점의 문인화가 그려져 있고 반대는 한 점의 문인화가 그려져 있고 본인의 미학이 적혀져 있어요. 사의화에 대한 자기 생각. 고난의 시절에 있었던 북한 미술사의 슬픈 사연들도 적혀져 있어요. 너무 비감한 이야기인데 그 때 너무 먹을 게 없어서 그림을 가지고 가서 쌀이랑 중국에 가서 가지고 오고 미술 재료랑 바꿔 오고 굉장히 슬픈 사연이 적혀져 있는데 그런 건 북한 미술사에서는 밝히지 않는 거죠. 문화사적인 가치가 있는 거죠.









Q. 북한 미술에 매진한 지 8년 작품을 6년 동안이나 작품도 못할 정도로 북한 미술에 매진한 이유가 있으세요@f125 북한 미술의 어떤 점에 매혹되신 거예요@f126

A. 맞아요. 북한 미술이 저를 좀 미치게 만들었죠. 결과를 보면.. 우리가 처음 장쾌하다는 말을 썼잖아요. 이런 전시를 세계적으로 묶어서 한 적이 없어요. 제가 그 사이에 죽기 살기로 제 그림 안 그리고도 하나도 아쉬움 없이 해 온 결과물이 광주비엔날레 조선화전이 된 거죠. 다시 하라면 못해요. 하지만 그때는 그 속에 들어가서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하게 된 거예요. 하면서 한 순간도 내가 내 작품 못해서 섭섭하다 그런 적이 없어요. 너무 좋아서.

이것을 하나의 사명감으로 생각을 한 게 한반도에서 태어났는데 한 번도 한반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감사하게 느낀 적이 없었어요. 외국에서 살면서 운명적으로 이걸 하다가 내가 한국에서 태어났지. 조선화도 한반도 문화의 일환인데 이걸 하는 게 굉장히 고마운 거예요. 만약에 제가 만약 미국의 시민권을 받지 않았거나 화가가 아니었다면 북한에 가서 짧은 시간에 연구도 못했을 것이고.... 그냥 모든 게 고마운 거예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저를 빌어서 하게 된 거죠. 그 시기에 한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 있다가 적절하게 시기가 맞아서 일을 한 거예요. 그래서 좋아요.



Q. 조선화를 만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f127

A. 그것도 아이러니죠. 미국 위싱턴에서 60~70호 정도 된 뭉클뭉클한 조선화를 우연히 보고 진짜 놀랐어요. 그냥 놀란 게 아니고 두려움과 함께 충격이 왔죠. 어떻게 사람을 동양화로 이렇게 표현하나. 그게 처음 본 북한 미술이에요.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죠. 어떤 매력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뭐지 누가 이런 걸 했지@f128’ 그랬죠. 그래도 북한에 가는 건 굉장히 무섭잖아요. 그래도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평양을 방문하게 됐는데 처음 방문은 굉장히 힘들었죠. 잘 모르니까. 햇수를 거듭하면서 요령이 생겼죠. 만수대 창작사를 가고 싶다면 일단 데려다 줘요.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온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다 라는 걸 말하고 행동하고 진정성을 보여준 거죠. 진정성이 느껴지면 일하기 쉬워요.


북한에 가면 이발소 그림들이 부지기수로 많아요. 포스터. 기념품 사오듯 그런 그림을 북한 그림이라고 착각하기 쉬워요. 이번 전시회의 그림들은 북한 가도 보기 쉽지 않죠. 오랫동안 제가 연구하면서 또 제가 화가이기도 하니까 엄선을 해서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찾아간 거죠. 연구하다 보니 그런 그림이 있는 곳을 알게 된 거죠. 행운이죠. 그런데 또 죽기 살기로 하지 않았다면 그런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런 건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북한 미술이 선생님 작업에 주는 영향이 있을까요@f129

A. 제가 건방진 얘기지만 영향 받는 걸 싫어해요. 하하하. 그런데 제가 2014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북한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제가 당시 개인적으로 좀 어둡고 힘든 상황이었는데 거의 두 달 동안 누워서 먹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2014년에 간단하게 문인화를 그리게 됐어요. 평양의 영향을 받아서.. 제 개인적인 환경과 관련해서 그 심정으로 엉뚱한 글을 많이 썼는데 그게 52점이나 돼요. 매일 밤 그걸 삶의 돌파구로 삼아서 그렸었어요.




Q. 매력적이고 숙명적인 거네요@f130

A. 지금 지나고 나니까 ‘이게 내 운명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 오면 온갖 감회에 젖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부나비처럼 (북한미술이라는) 불을 따라 다니는데 그때는 ‘이러다 여기서 내 생을 마칠지도 모르겠구나’ 이런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북한에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가 되면. 비자 받을 때까지 엄청나게 힘든데 고려항공 타기 전까지 몇 % 정도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일반적으로 비행기 타는 게 아니니까요. 지나간 세월들이 전시를 보면 반추가 되죠. 그래서 정말로 (전시회가) 장쾌하게 벌어지고 나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고 비판도 하고 배울 것도 있고 담론도 나누고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전시회를 보시는 분들, 특히 일반인들이 북한 미술전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f131

A.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북한미술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어요. 저도 있었고요. 그런 걸 일단 잠시 내려놓고 와서 이때까지 우리가 봐왔던 그림하고 다른 그림을 보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느낌을 가지셨으면 좋겠고요. 한국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북한이다. 북한 미술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한반도 문화에서 나온 한 양상이다. 나중에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하는 약간은 따뜻한 마음으로 가지고 북한 미술을 보신다면 어떨까 싶어요. 결국은 우리 민족이 그린 그림이잖아요. 그러면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그 사회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그런 것들을 배우고 그 과정 속에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에 대한 비판도 가하고 건전한 토론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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