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어린이문화원






유년시절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외갓집이 있는 남도의 작은 바닷가 마을로 향했다. 버스로 4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지만 해를 거른 적은 없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출렁이는 파도가, 뜨거운 태양이 마음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바닷가 모래밭에서 조개를 캐고, 짠 바닷물을 먹어가며 파도 속에 몸을 맡기고, 해가 지면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돌아와 옥수수를 먹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상에 누워 올려다 본 밤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가득했는데 가끔씩 포물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에 소리를 지르며 소원을 빌곤 했다.






ACC 어린이문화원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시각의 예술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다음과 같은 4개의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였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반딧불이의 정원’ 이 프로그램은 여름의 대표 곤충인 반딧불이를 통해 계절을 이해하고 자연과의 공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반딧불이 동화를 통해 반딧불이의 생태를 알아보고 직접 반딧불이와 야광 정원을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자연물인 나무 조각을 활용해 반딧불이를 만들고 클레이를 덧붙여 정원을 꾸미고 둥근 통 안에 그것들을 집어넣으면 멋진 ‘반딧불이 정원’이 완성된다. 여름 한낮, 불을 끄고 경험하는 푸른 야광 정원의 불빛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야광 정원의 모습



두 번째 프로그램 ‘세상을 바꾼 향기’ 는 요리의 재료인 향신료의 이동과 교류를 살펴보고 그것이 세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보드게임을 통해 향신료를 알아보도록 구성되었으며 아이들은 향신료 섬에 마련된 유리병 속 향신료의 향기를 직접 맡아보고 관찰함으로써 다양한 향신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보드게임 후엔 향신료 씨앗을 직접 화분에 심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향신료의 성장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한 프로그램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인 ‘아시아 전자요리’는 전자회로를 활용한 전자그릇과 그 안에 담길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을 알아보고 나만의 음식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전자회로가 닿으면 소리가 나는 그릇과 바람을 불면 불이 들어오는 두 가지 종류의 그릇을 만든 뒤 점토나 클레이로 음식을 만들어 담아보기로 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솜씨가 다들 참신하고 기발했다. 백숙을 만든다며 닭과 인삼, 대추를 정교하게 만드는가 하면 일본의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음식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어린이도 있었다. 또한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마련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경험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이들이 만든 멋진 전자요리들



네 번째 프로그램 ‘꿈꾸는 광장’은 민주적 의사소통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알아보고 5.18 민주광장과 광주의 정신을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ACC가 위치한 광주의 정신과 가치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사실 처음엔 다소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하며 참관했으나 촛불집회 등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광장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5.18 광장의 여러 건축물들을 팝업북의 형태로 만들어 보고 각자가 꿈꾸는 광장의 이름을 적어보기로 했는데 재치 있는 이름들이 많이 나와 즐거운 시간이었다.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왔던 지난여름, 우리들은 아시아문화광장에 마련된 워터 슬라이드에서,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되었던 어린이극장에서 그리고 어린이창작실험실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ACC와 함께 여름방학을 보낸 수많은 어린이들의 기억 속에 ACC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f58 그 옛날 내가 저 먼 바닷가에서 보냈던 성장의 시간처럼 우리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도 ACC와 함께 한 뼘씩 성장한 시간이었길 기대해본다. 혹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 당장 ACC 홈페이지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더욱 알찬 프로그램이 시원해진 날씨와 함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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