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포아트(info art)에 출품된 백남준의 고인돌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은 광주비엔날레 전시장과 옛 전남도청이 탈바꿈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두 곳이다. 광주정신의 심장부가 동시대미술의 최전선 광주비엔날레와 만나는 가을. 광주의 다른 매력적인 공간들도 비엔날레와 협업을 선보인다. 흠뻑 빠질 수만 있다면 1박 2일로도 부족하다.





광주비엔날레 홍보영상 스틸컷




총감독은 없고, 큐레이터만 11명이다. 7개 섹션을 꿰뚫는 대주제는 ‘상상된 경계들’. 이들의 지휘 하에 42개국 163명의 작가가 우리와 공존하고 있거나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경계’를 해체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규범화되지도 않았지만 견고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경계들. 그것은 정신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국경이나 자연, 환경처럼 물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2018광주비엔날레 다수 큐레이터 발표 기자회견




개막식에서도 이번 비엔날레 주제와 같은 제목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비엔날레 전시관 벽면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이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의 역할을 표현했다.





이이남 <상상된 경계들> 스틸컷




비엔날레 전시장부터 둘러보자.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까지,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야기는 모더니즘 건축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동시대 지구촌이 직면해 있는 국경과 이주의 문제로 시선을 옮긴 뒤 포스트 인터넷 시대까지 조망한다. <귀환>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를 다시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지금까지 무엇을 말해왔을까@f54







자, 이제 문화전당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발걸음은 조금 더 가볍게.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팝아트 류의 작품으로 유명한 나라 요시토모(그는 이렇게 불리는 걸 싫어한다)의 신작도 등장한다. 그의 참여 섹션에서는 경계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살핀다.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예술로 포착해 낸 한국 작가들도 대거 포진해있다. 북한미술 전시에는 조선화 20여 점이 내걸린다. 정치색 짙은 집체화는 그렇다 치고, 어떤 서정이 전시장을 메울지 궁금하다. 북한 작가들은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낼까@f55







작품마다 빽빽한 텍스트들. 생각할 거리를 가득 안겨주는 전시장…. 비엔날레의 ‘담론 과잉’에 따른 피로감 현상도 있는데, 이번엔 더 무거운 것 아닌가요@f56 괜한 걱정이라는 듯 김선정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꺼내든 키워드는 ‘공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엔날레 아닐까요@f57 국경, 이주, 세대… 다양한 경계의 재편 현상을 다루니 그도 그럴 법하다.

주 전시를 다 봤다고 서운해 할 건 없다. 도시를 좀 더 탐색하자. 광주비엔날레는 정치적 태동이 숙명이었다.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광주와 비엔날레, 동시대미술에는 이런 필연적인 교집합이 있다. 이들이 만나는 접점이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조금 더 뚜렷하게 표출된다.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인 GB커미션과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 연계 전시의 무게감도 상당하다.
터너상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 됐던 마이크 넬슨은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거울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주제전에 참여하는 사진작가 염중호와 백승우도 이곳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방치돼 온 5.18의 현장이 쟁쟁한 작가들로부터 동시대미술의 현장으로 선택받았다. 관람객을 위한 투어도 진행한다. 주 전시장은 아니지만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태국의 현대미술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도 광주의 사회적 맥락과 맞닿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아르헨티나 출신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는 광주에서 신작 영화 ‘War of the Stars’를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문을 연 국내유일의 단관극장 광주극장이 영화의 무대다. 문화전당에서 영화를 보고 광주극장을 직접 찾아가보자. 문화전당을 막 나가면 80년 5월 횃불시위의 현장이었던 분수대와 마주한다. 오른편에 금남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색 바랜 흰색 건물이 헬기가 총구를 겨눴던 전일빌딩이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대형 걸개그림이 외벽을 감쌌다.








아예 광주에 전시장을 설치한 해외 미술기관들도 있다. 여러 나라들이 자국 미술을 알리는 베니스비엔날레의 국가관을 떠올리면 쉽다. 파리와 헬싱키, 필리핀에서 광주를 찾는다. 장소들도 매력적이다.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핀란드 헬싱키 국제 아티스트 프로그램(HIAP-Helsinki International Artist Programme).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 전시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는 광주시민회관을, 필리핀 컨템포러리 아트 네트워크(Philippine Contemporary Art Network)는 이강하미술관 등 2곳의 신생 미술 공간을 전시장으로 택했다.




1995년 제1회 비엔날레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였다. 20여 년이 지나고 그에 응답하는 듯한 이번 비엔날레 ‘상상의 경계들’은 그래서 시대가 거쳐 온 시간과 현상들에 대한 리뷰전이자 일종의 재선언의 의미도 담긴다. 그 중첩의 시간들이 광주를 무대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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