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어린이문화원
요약정보
30여 년 전, 나는 군청도, 학교도, 경찰서도 하나인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당시 초등학생(그때는 국민학생이었으나)이었던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 선생님의 가정방문을 따라 다니게 되었다. 무슨 연유에서 그리되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집을 제일 먼저 방문한 담임 선생님이 자신의 지루한 여정에 날 동참시켰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날 선생님과 함께 친구네 집들을 둘러보고 돌아온 저녁. 나는 적잖은 충격과 혼란 속에 파묻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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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교실, 같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울고 떠들던,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사실은 서로 다른 형편과 사정으로 각자 다른 방과 다른 형태의 집(그러니까 누군가는 읍내의 가장 큰 건물 꼭대기 대리석 집에서 살고 있었고, 누군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다리 밑 움막에서 살고 있었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세상의 여러 다름에 관한, 세상의 다양성에 대한 내 첫 인식이 아니었던가 싶다.
오래전 작은 시골마을의 사정도 이럴 지언데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형태와 사는 모습은 또 얼마나 다른 것일까@f42 이번 ACC웹진 8월호에서는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만드는 교육프로그램 ‘각양각색 건축놀이터’를 소개한다.
오래전 작은 시골마을의 사정도 이럴 지언데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형태와 사는 모습은 또 얼마나 다른 것일까@f42 이번 ACC웹진 8월호에서는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만드는 교육프로그램 ‘각양각색 건축놀이터’를 소개한다.
‘각양각색 건축놀이터’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주거 문화를 탐색하고 또래집단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집과 마을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ACC 오픈 초기인 201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성은 물론 창의성 향상과 문화다양성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개성 있는 집’을 주제로 서로 다른 지역으로 떠난 돼지 삼 남매에게 그들의 취향과 환경, 필요를 고려한 집 고쳐주기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간단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주거형태를 파악한 아이들은 꼬마 건축가가 되어 돼지 삼남매에게 안성맞춤인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건축가가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f43”
수업을 진행하던 김태임 예술강사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건축가가 되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곳에 살게 될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바로 의뢰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건축가가 되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곳에 살게 될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바로 의뢰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순히 집 만들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삶, 다른 주거 공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또한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러한 인식은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꼬마 건축가 어린이들
이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물론 처음에 안하겠다고 버티는 아이도 있었으나) 각자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데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활동지를 프로젝트 화면에 띄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이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그램 진행은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양각색 건축놀이터’는 프로 건축가를 양성하기 위해 건축기술을 익히거나 누가 더 멋지고 훌륭한 집을 지었는가를 겨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한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나와는 다른 친구의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그들을 존중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집’이라는 문화자원을 통해 환경과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나와 너의 다름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바로 ‘각양각색 건축놀이터’ 의 지향점인 것이다.
‘각양각색 건축놀이터’는 매주 다양한 주제를 통해 아시아의 주거문화와 다양성을 이해하는 12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마지막 주엔 각자가 만든 다양한 집을 모아 마을축제를 열고 가족들을 초대해 자신이 느낀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달 새로운 기수 모집을 통해 10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접수하시길 권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달 새로운 기수 모집을 통해 10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말고 접수하시길 권한다.
그나저나, 오래전 나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f44 총총히 빛나는 별빛만큼이나 수많은 불빛으로 존재하는 도시의 삶들을 내다보며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옛 친구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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