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연구소 자료실







북인도 미틸라 지역에서 디왈리(Diwali) 축제에 가게의 번창을 기원하며 바닥그림을 그리고 있음



‘장식하다’는 의미의 ‘만다나’, ‘색깔 입혀진 덩굴식물’의 의미인 ‘랑골리’, ‘회반죽을 바르다’ 또는 ‘~으로 바르다’를 의미하는 ‘알포나’ 등의 일부 명칭들의 의미를 파악하면, 바닥그림의 다양한 이들 명칭들이 특정 재료로 바닥에 무엇인가 장식 또는 그린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 여성의 바닥그림 그리기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Mohenjo-Daro)에서 발견된 ‘만다라’(mandala)와 같은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인장은 당시에도 만다라 그림이 의례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런 기하학적 문양의 ‘바닥그림’이 현대의 인도 힌두 의례에서도 성스런 주술적 기능을 하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사실 모헨조다로와 하랍파(Harappa)의 여러 출토물로 보면 당시 그 지역의 토착민은 농경민이고 모권사회적 성격을 띤 것으로 짐작된다. 여성은 농경과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자연과 인간의 다산성을 상징하는 의례에서 대지의 여신과 같은 다양한 숭배의 대상들로 등장된다. 바닥그림은 주로 땅(대지)의 바닥에 그린 그림인데, 힌두 신학에서 대지는 다양한 형식으로 어머니로 지칭되면서 보호자나 양육자로 칭송되며 숭배를 받는다. 이러한 배경은 오늘날 힌두 가정의 바닥그림을 그리는 주체가 여성이며, 바닥그림의 주제와 문양이 어머니에서 딸로, 즉 여성을 통해 세대 간 전승되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다.

바닥그림 중 타밀나두 지역의 ‘콜람’(kolam)은 문양의 다양성과 화려함 면에서 인도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타밀지역 여성들은 색깔 있는 젓은 쌀가루와 마른 쌀가루를 이용해 기하학적인 문양을 가정의 대문 입구 바닥에 그린다. 콜람은 부와 행운을 기원하는 여신인 락쉬미(Lakshmi)와 대지의 여신을 가정으로 초청하여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행운과 복리 및 안녕을 기원하는 이 지역 여성들의 일상적 의례 예술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일 동틀 무렵 집안의 여성이 대문 입구의 바닥에 그리는 그림의 주제와 문양은 가족에 따라 또는 의례적 맥락에 따라 단순하거나 정교할 수도 있다. 타밀 사람들은 콜람이 집과 가정의 주위에 서려있는 불길함을 제거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바닥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세계를 유지시키는 대지에 대한 경배이며, 이는 바닥그림 문양을 대지위에 생성된 영상 기도문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신께 축복을 기원하는 의례적 축원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바닥에 그려진 문양은 사악한 힘을 막기 위한 주술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인도 전역에 걸쳐 일상적으로 또는 통과의례나 축제와 같은 신성한 순간에 바닥그림을 그리는 주체는 가정의 여성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맹세하다’ 또는 ‘헌신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브라타’(vrata) 의례는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의례들이다. 브라타 의례에는 금식과 금욕의 기간이 수반되는데, 힌두 가정에서 주로 여성들이 행하는 브라타 의례에는 가정과 가족 구성원, 특히 남편과 자녀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여성들의 금식이 동반된다. 따라서 다양한 브라타 의례 기간에 그려지는 ‘바닥그림’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신에게 자신의 욕구를 진지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북인도 마두바니 ‘바이 티카’(bai tika) 의례(여자 형제가 남자 형제의 안녕을 위해 축복하는 의례)가
바닥 그림 위에서 수행되고 있음. 어린 남매간의 의례를 부모가 도와주고 있음



인도 전역의 바닥그림의 문양은 라자스탄, 마디야프라데시, 마하라쉬트라, 남부 인도의 ‘기하학 문양’과 갠지스평원 지역의 ‘꽃문양’으로 대별된다. 꽃문양은 주로 사회·종교적인 실천과 연관되고 기하하적 문양은 밀교적 신비주의와 밀접히 관련을 맺는다. 예컨대 라자스탄의 ‘만다나’ 문양은 삼각형, 정사각형, 원형, 스와스티카(swastika, 卍字紋樣), 체스보드 유형, 여러 수평선들 등의 기하학적 문양들과 유사하다. 꽃문양은 갠지스평원을 따라 전개되는 지역들에 널러 퍼져있는 비슈누파와 관련된다. 비슈누는 창조와 파괴의 힘의 남성적 신인 시바와는 달리 여러 화신을 통해 우주를 보존하는 것으로 상징화된다. 가정을 수호하는 신격인 비슈누의 부인인 락쉬미 여신은 주로 풍성함과 번영 및 다산의 신으로 알려졌다. 힌두 여성들에 의한 바닥그림과 벽화 또는 장식의 대부분은 락쉬미 여신에게 봉헌하기 위한 것으로서, 바닥그림에 가장 보편적으로 그려진 연꽃문양은 락쉬미 신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락쉬미 여신을 그린 바닥 그림



힌두 여성들이 그린 바닥그림에 사용된 색채의 상징성은 다산성과 풍성함과 관련된다. ‘밀교 생리학’(tantric physiology)에 따르면 남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액체 색은 흰색이며 여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액체 색은 붉은색으로 표상된다. 대지(땅)는 비에 적시기 전에는 붉은색이지만 비에 적신 후 녹색으로 변한다. 붉은색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약속하는 생식적 속성을 표상하며, 녹색은 새로운 생명을 구현시키는 어머니 속성을 표상한다. 또한 인도에서 방부제와 미용제로 대중적으로 사용되어 온 강황은 생산성 증대의 속성이 있다고 하는데, 강황과 연관된 노란색이 의례 예술인 바닥그림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흰색, 붉은색, 녹색, 노란색이 인도 바닥그림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모두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된다.

바닥그림을 그리는 빈도나 시기는 인도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벵골과 라자스탄에서는 바닥그림을 일상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 지역 사람들은 힌두력으로 성스런 날과 주요 힌두 축제 및 통과의례, 예컨대 결혼, 신생아 첫 명명일, 첫 성사(聖絲) 착용일과 주요 축제인 디왈리(Diwali), 홀리(Holi), 락쉬미 푸자(Lakshmi Puja), 락샤반다(Raksha Bandhan) 등의 시기에만 바닥그림을 그린다. 한편 마하라쉬트라와 구자라트 및 남부 인도에서는 매일 바닥그림을 그린다. 이 지역 가정의 여성이 매일 아침 동트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바닥그림 그릴 곳을 소똥으로 정화하고 정화된 대문 입구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구자라트 여성은 소똥으로 정화된 바닥에 스와스티카 문양을, 남부 인도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주제와 문양의 콜람을 그리고 마하라쉬트라 여성은 안뜰 중앙에 위치한 신성한 나무인 ‘툴시’(tulsi) 주변에 랑골리를 그린다.




북인도 미틸라 지역에서 결혼식을 행하는 신부방에 그리던 바닥 페인팅을 그린 회화



한편 바닥에 쌀가루 등으로 그려진 그림은 바람이 부는 등 외부적 힘으로 인해 수 시간이나 기껏해야 하루 이틀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는 ‘일시성’이나 ‘순간성’을 특징으로 한다. 힌두 철학은 인간이 물질적인 것에 몰두한다한들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도의 바닥그림 전통 역시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도 일시적인 것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북인도 우타르프라데시의 바닥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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