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레지던시' 참여작가













(사진1)박종영-Metamorphosis _ red pine, ivory pine, doll eye, electric motor, fishing line, push-button switch _ variable installation _ 2007



박종영 작가는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특히 흙과 나무 등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며 놀았는데, 중학교 시절에 이미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미술을 해보라는 학교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가정에서 흔히 그랬듯이 미술을 하겠다는 그의 소망은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적성과 달리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도 공과대학의 기계공학과로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였는데, 이를 통해 천성대로 살아야 정말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부모님 모르게 다니던 공과대학을 자퇴하였고 군 제대 후 26세가 넘어서 다시 입시를 치르고 미술대학에 합격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미술을 조금 늦게 시작한 것에 비해 그는 자신만의 작업 방향에 대해 일찍 눈을 떴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 불리는 움직이는 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2) 좌 - 박종영-Pinocchio-Adam_red-pine,ivory-pine,doll eye,electric-motor,fishing line,motion sensor_60x30x60cm_2007
우 - 박종영-Pinocchio-eve _ red pine, ivory pine, doll eye, electric motor, fishing line, motion sensor _ 40x30x60 cm _ 2009



박종영 작가가 현재와 같은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학 4학년때부터였다. 공대를 다녔기 때문인지 묘하게도 그는 단순한 조각보다는 기계를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 움직이는 조각에 걸맞는 소재로 마리오네트(marionette)를 선택하게 되었다. 마리오네트는 줄로 조정되는 인형이다. 박종영 작가는 마리오네트가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박종영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을 스스로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주변 환경의 요구에 맞추며 살아야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렇게 그는 마리오네트를 자기 반성적 시각에서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학 4학년때 제작했던 대표 작품으로는 <마리오네트2-탈바꿈 / Marionette2 – Metamorphosis>이 있다(사진1). 이 작품은 등신대로 제작된 나체의 여성인데 등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이 여성의 날개와 팔다리는 관객의 조정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작은 날개의 움직임은 소녀가 어른이 되려고 서툰 날개짓을 시작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피노키오-아담>과 <피노키오-이브>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처럼 관객이 다가오면 센서가 작동해 코가 길어지도록 만든 작품이다(사진2). 이를 통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위선적인 거짓말을 해야 하는 자신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이 시기에 박종영 작가는 따뜻한 살결처럼 밝은 색을 띤 미송을 깎고, 기계 장치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움직이는 조각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사진3) 박종영-Marionette 9 _ red pine, ivory pine, doll eye, electric motor, fishing line _ variable installation _ 2010



박종영 작가의 초기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2010년이다. 그는 이 시기까지 제작한 작품들을 가지고 한전아트센터 한전갤러리와 인사아트센터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런데 이 개인전들을 치렀을 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작품 <마리오네트9>에 대한 일화다(사진3). 이 작품은 추락하며 발버둥치는 마리오네트를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과 달리 마리오네트가 허공에 떠있도록 설치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추락하는 마리오네트의 그림자를 보고 한 어린아이가 ‘날아간다’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박종영 작가는 이 어린아이의 말을 듣고 작업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마리오네트가 수동적인 인간이라면 금속 조정장치와 줄이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그림자를 통해서도 보이지 않는 차원의 세계를 은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진4) 박종영-Marionette 1-3 _ red pine, ivory pine, doll eye, electric motor, motion sensor _ 50x120x100 cm _ 2014



2010년 연이은 개인전들을 마친 후 박종영 작가는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한편으론 새로운 작업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휴지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다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2014년작 <마리오네트 1-3>이다(사진4). 팔다리가 없는 여성이 기계 장치 위에 누워 있는데, 밑에 설치된 팔들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여성의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 여성의 부자유스러운 모습은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제도가 요구하는 시각을 받아들여야 하고 정치적으로 주입된 견해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초상과 다름이 없다.. 관객은 이 마리오네트를 조정하면서 자신 역시 마리오네트처럼 자유스럽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사진5) 박종영-Prometheus _ Mixed media _ variable installation _ 2014



이처럼 현대 사회와 인간들의 삶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온 박종영 작가는 신화를 이용해 그 문제의식을 재해석하는 작업도 선보였다. 2014년 3회 개인전 <금기와 처벌을 깨라 : 프로메테우스 / Break taboo & punishment : Prometheus>에는 정의의 여신,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등 고대 신화와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그중 <프로메테우스>는 이 개인전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5).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에게 제물을 올릴 때 하나는 인간에게 쓸모 없는 지방으로 뼈를 감싸고, 다른 하나는 가죽으로 살코기를 감싼다. 그리고 제우스에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이런 속임수에 화가 난 제우스는 인류에게서 불을 빼앗아 간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다시 불을 찾아와 인간에게 돌려준다.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벌을 받게 된다. 그 벌은 바위산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이는 것이다. 제우스는 박종영 작가의 작품에서 황금색 샹들리에로 변한다. 이는 절대권력을 의미하는데 그 샹들리에 끝에서 날카로운 끌이 내려와 프로메테우스를 상징하는 누워 있는 사람의 몸을 반복해서 찌른다. 이 반복적인 동작은 관객들이 옆에 있는 독수리 머리를 만질 때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팔들이 떠받치고 있는 사람은 프로메테우스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선구자적인 활동을 하다가 핍박 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진6) 박종영-Marionette Project 1-1 red pine, ivory pine, electric motor, fishing line, push-button switch variable installation 2010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은 대부분 주제가 뚜렷하고 등신대에 가까운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 외에 박종영 작가는 틈틈이 팔이나 발처럼 신체의 일부를 커다랗게 제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마리오네트 프로젝트 1-1>과 <마리오네트 프로젝트 4> 같은 작품들이다(사진6, 7). 이런 작품들은 특별한 의미나 일정한 비율과 상관없이 제작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는 이렇게 부분적으로 만든 신체 조각들을 모아 언젠가 하나의 커다란 마리오네트로 결합시킬 계획이다. 결과를 정해 놓지 않고 추진하는 이런 열린 프로젝트는 작가나 관객 모두에게 기대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끝으로 박종영 작가가 ACC에 머무는 동안 만들고 싶은 작품을 소개한다. 일명 <마리오네트 – 페르소나 / Marionette-Persona>다. 이것도 관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조각이다. 마리오네트는 관객이 다가오면 서서히 가면을 쓰고 멀어지면 가면을 벗게 된다. 그리고 관객이 다가오면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도 잡음으로 바뀌고, 조명도 어두워진다. 박종영 작가는 사회적인 얼굴, 즉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 마리오네트의 행위 속에 집약하려고 한다. 이처럼 박종영 작가는 동시대의 사회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미술의 언어로 형상화할 것인지 늘 고민한다. 그런 고민의 과정이 그가 만든 마리오네트의 몸짓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사진7) 박종영-Marionette Project 4 _ red pine, electric motor, stainless steel wire, motion sensor _ 60x100x120 cm _ 2013




ACC에서는 국내•외의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레지던시' 섹션에서는 매월 참여예술가 1명(팀)을 집중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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