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무덥고 재미가 아쉬운 여름 저녁,
라이브 노래 소리에 이끌려 가면 ACC 아시아 컬처 마켓이 있다.













아시아 컬처 마켓은 상반기 4월 27일부터 6월 말까지, 하반기 9월 초부터 11월까지 매주 금, 토요일(오후5시~ 9시) ACC 플라자 브릿지와 하늘마당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민들이 참여하여 문화공간을 만들어가는 야외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7,8월 혹서기는 잠시 쉬어가니 이제 상반기 막바지에 이르렀다.

청년들의 창업아이템을 소개하는 ‘스타트업존’(광주청년창업지원센터), 핸드메이드 제품이 판매되는 ‘마켓존’. 지역 젊은 뮤지션들을 위한 ‘공연존’, 아시아 거리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존’(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의 푸드 트럭), 광주지역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는 ‘행사존’이 있지만 브릿지를 따라 걷다보면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모두 만날 수 있다. 지금은 큰 그림을 위한 시작단계로 차차 계단마켓, 다문화 마켓, 해외 마켓과의 교류 등 다양한 확대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ACC 오픈브릿지 상반기 셀러 모집 공고를 통해 선정된 마켓 플레이어들은 아시아를 담은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복 입은 고양이 모양의 도자기 마켓, 한국산 느티나무와 참죽나무로 만든 도마와 주방용품들을 파는 목공품 마켓, 애완고양이를 위한 캣닢 제품, 핸드메이드 패브릭용품, 젊은 여성이 가장 북적이는 악세사리 마켓, 마카롱과 쿠키, 천연이끼로 만든 조명과 계절 꽃다발, 양말로 만든 애착인형, 3일을 숙성시켜 만들어낸 더치커피 등 그들의 핸드메이드 상품들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구경하며 걷다보면 한스 문화원에서 연 스리랑카 마켓을 만난다. 현지인이 직접 짠 천으로 만든 테이블보와 반바지, 홍차와 계피 등을 스리랑카에서 직접 가져와 판매하신다. 스리랑카를 좋아하시는 이유를 물어보니 “스리랑카 사람들은 정열과 사랑이 넘치고 아직 순박함이 있어요. 예쁜 인도양, 맛있는 열대과일, 푸른 나무와 느긋한 사람들이 있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죠.” 라며 스리랑카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모임이 매주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환영이라고 덧붙여 말하신다.






플라자 브릿지 끝에 이르면 [책과 생활]이라는 독립출판서점의 마켓이 있다. 책 추천을 부탁드리자 대만작가의 유머가 있는 [우리 엄마의 기생충], 차별을 딛고 업적을 이룬 여성을 다룬 책으로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광주출신 작가로 엄마와 함께한 시간을 사진으로 담은 [엄마는 50시], 문재인 대통령 5.18 민주화 운동 기념사를 그림책으로 만든 [오월 광주는, 다시 희망입니다] 등등. 제주도 미술 잡지 및 아시아 관련 책들과 독립출판 책들을 하나하나 들어 소개해 주신다. 소개받은 책들을 모두 사고 싶은 충동을 이기고 돌아 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친절한 플레이어들의 설명과 공예품에 담긴 그들의 정성이 구경꾼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자유! 음악! 젊음! 피크닉! 잠깐 여기 쉬어가도 괜찮아


구름다리를 건너 하늘마당이 나오면 [잠깐 여기 쉬어가도 괜찮아]라며 네온사인이 노골적으로 사람을 붙잡는다. 아픈 다리를 쉬게 해 줄 둥근 평상도 있고 출출한 배를 채워줄 푸드 트럭도 있다.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구성원에 따라 돗자리 크기도 각양각색 맞춤이고, 좁은 벤치에 음식을 두고 마주앉은 연인들도 보인다. 짙푸른 잔디밭은 지나가는 이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그에 이끌려 하늘마당의 경사로를 걸어 오르는 사람이 나 만은 아니었다.






비로소 어두워졌다. 아시아 컬처 마켓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줄줄이 늘어선 반짝이는 전구들을 따라 걸어가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공원 벤치에 두 사람이 앉아 마이크를 꺼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잔잔한 라이브 노래가 퍼지고 그들이 앉은 곳이 무대요, 내가 앉은 벤치가 객석이 되었다. 바람에 퍼지는 익숙한 노래를 나도 모르게 같이 흥얼거리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동아리 홍보를 하기도 하고, 스티커를 내밀며 앙케이트 조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뜨거운 타코야키에 입천장을 홀랑 데고도 즐겁게 웃는 소리가 밤을 화려하게 만든다. ‘시민이 참여하는 오픈형 문화 공간’이라고 아시아 컬처 마켓을 소개하는 페이퍼를 읽었었다. 브릿지와 하늘마당까지 사람들이 만들어낸 밤의 풍경은 딱딱한 문구로는 그릴 수 없는 젊음과 낭만이 일렁이는 곳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 피크닉 나온 가족들. 단체로 놀러 나온 고등학생들의 고함소리, 데이트하는 연인들. 자유, 음악. 젊음, 밤이 주는 특별함이 뒤섞여 잊고 지내던 내 안의 낭만을 다시 일깨운다. 차가워지는 바람에 팔이 시리지만 분위기에 취해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밤이 깊어가니 다음 주말 얇은 담요와 돗자리를 들고 가족과 같이 나올 것을 기약한다.







[잠깐 여기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품을 내주는 곳.
보고 사고 먹고 즐기고, 지친 가슴이 갈망하는 낭만을 채워줄 문화가 있는 곳,
ACC 아시아 컬처 마켓, 우리도 잠깐 여기서 주말 저녁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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