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
요약정보
2018년 6월 1일 금요일 오후, 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으로 향한다. ACC 예술극장. 전문 연주자들도 한번 서 보고 싶어 할 만큼의 시설을 갖추었다기에 기대가 크다. 오늘 볼 공연은 ACC의 슈퍼클래식 시리즈다.
- 아티클
- 공연
공감
링크복사
- #오케스트라
- #바이올린
- #브람스
- #슈퍼클래식
- #피아니스트
- #김선욱
ACC는 올해 슈퍼클래식 시리즈를 준비했다. 세계 일류 공연을 가까이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마련된 이 시리즈는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슈퍼클래식 시리즈 No.1)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피아니스트 아키라 에구치(슈퍼클래식 시리즈 No.2), 칼리히슈타인-라레도-로빈슨 트리오(슈퍼클래식 시리즈 No.3)가 다녀갔다. 이번 공연은 슈퍼클래식 시리즈 중 네 번째 시리즈로 ‘김선욱&가이 브라운슈타인Guy Braunstein’ 듀오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다. 다른 공연들은 놓쳤지만 이건 꼭 봐야했다. 브람스지 않은가? 게다가 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김선욱이 브람스를 연주한다니 말이다.
(c)Guy Braunstein
Sunwook Kim
재주는 감추지 말고 맘껏 펼쳐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노래를 불러 줘야 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글을 써 줘야 한다. 그래야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재주를 맛보며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늘이 내린 재주꾼, 천재.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006년, 18세의 나이에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그의 이름 앞에도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공연 안내를 보니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브라운슈타인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악장을 13년이나 지냈다니 김선욱 못지않게 천재소리 들었을 듯하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006년, 18세의 나이에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그의 이름 앞에도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공연 안내를 보니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브라운슈타인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악장을 13년이나 지냈다니 김선욱 못지않게 천재소리 들었을 듯하다.
ACC 예술극장2.
공연에 대한 기대로 살짝 상기된 관객들이 모여든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부부들, 여고 동창생일까 싶은 친구들까지. 나비넥타이를 예쁘게 맨 아이에게 눈이 간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모든 눈과 귀는 무대를 향한다.
공연에 대한 기대로 살짝 상기된 관객들이 모여든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부부들, 여고 동창생일까 싶은 친구들까지. 나비넥타이를 예쁘게 맨 아이에게 눈이 간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모든 눈과 귀는 무대를 향한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바이올린이 앙증맞아 보이는 덩치의 바이올리니스트 브라운슈타인.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수줍은 듯 앉은 김선욱.
Sonata for Violin & Piano No.1 in G minor Op. 78
바이올린 소나타 No.1 G장조, Op.78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의 주제를 빌려 작곡했다고 하여 ‘비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에 대해서 브람스는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달콤 씁쓸한 분위기’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한다. 온화한 비. 달콤하고 씁쓸한 저녁. 이 아이러니함을 연주자들은 온전히 음악으로 표현해 냈다.
Sonata for Violin & Piano No.1 in G minor Op. 78
바이올린 소나타 No.1 G장조, Op.78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의 주제를 빌려 작곡했다고 하여 ‘비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에 대해서 브람스는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달콤 씁쓸한 분위기’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한다. 온화한 비. 달콤하고 씁쓸한 저녁. 이 아이러니함을 연주자들은 온전히 음악으로 표현해 냈다.
Sonata for Violin & Piano No.2 in A major Op. 100
바이올린 소나타 No. 2 A장조, Op. 100
가장 귀에 익은 곡이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누구나 들어보면 ‘아, 이 곡’할 만하다. 피아노가 말을 걸고 바이올린이 대답하는 듯 주고 받는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살짝 화해하며 피아노가 부드럽게 받아준다.
#
인터미션 Intermission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퇴장하는 연주자들. 잠시 쉬는 시간이다. 인터미션. 무대 뒤 연주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에 푹 빠져 있던 관객들도 잠시 한숨 돌리는 시간이다.
Sonata for Violin & Piano No.3 in D minor Op. 108
바이올린 소나타 No.3 D단조, Op. 108
상기된 얼굴로 다시 등장한 연주자들, 오늘의 마지막 곡, 세 번째 소나타가 시작되었다. 폭풍이 몰아치다가 잠잠해 진다. 잠잠해진 틈을 타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서로 밀어를 주고 받듯 속삭인다. 그러다 또 다시 전율.
바이올린 소나타 No. 2 A장조, Op. 100
가장 귀에 익은 곡이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누구나 들어보면 ‘아, 이 곡’할 만하다. 피아노가 말을 걸고 바이올린이 대답하는 듯 주고 받는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살짝 화해하며 피아노가 부드럽게 받아준다.
#
인터미션 Intermission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퇴장하는 연주자들. 잠시 쉬는 시간이다. 인터미션. 무대 뒤 연주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에 푹 빠져 있던 관객들도 잠시 한숨 돌리는 시간이다.
Sonata for Violin & Piano No.3 in D minor Op. 108
바이올린 소나타 No.3 D단조, Op. 108
상기된 얼굴로 다시 등장한 연주자들, 오늘의 마지막 곡, 세 번째 소나타가 시작되었다. 폭풍이 몰아치다가 잠잠해 진다. 잠잠해진 틈을 타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서로 밀어를 주고 받듯 속삭인다. 그러다 또 다시 전율.
#
김선욱이 호흡을 멈추고 오른손을 옮겨 건반을 누르기 전, 고개를 살짝 돌려 브라운슈타인을 바라보면, 그는 거의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턱을 살짝, 코끝을 살짝 움직여 응답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대화는 사랑과 슬픔, 애증의 오고 감이요,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바람의 강약에 몸을 맡긴 민들레 홀씨처럼 듀오의 연주는 때로는 살랑살랑, 때로는 폭풍처럼 요동쳤다. 연주자들은 온몸으로 브람스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숨소리로, 눈썹으로, 머리칼로, 발끝으로 연주했다. 음악을 보란 듯이.
김선욱이 호흡을 멈추고 오른손을 옮겨 건반을 누르기 전, 고개를 살짝 돌려 브라운슈타인을 바라보면, 그는 거의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턱을 살짝, 코끝을 살짝 움직여 응답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대화는 사랑과 슬픔, 애증의 오고 감이요,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바람의 강약에 몸을 맡긴 민들레 홀씨처럼 듀오의 연주는 때로는 살랑살랑, 때로는 폭풍처럼 요동쳤다. 연주자들은 온몸으로 브람스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숨소리로, 눈썹으로, 머리칼로, 발끝으로 연주했다. 음악을 보란 듯이.
두 연주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을 멈추는 순간, 관객들도 함께 숨을 멈췄다. 훌륭한 공연장과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부은 연주자, 그들의 숨소리 하나에까지 집중한 관객들의 완벽한 조화,
#
나에게 브람스는 자장가였다.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나에게 브람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알 수 없는 사랑이었다. 이제 나에게 브람스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열정적인 대화가 되었다. 바이올린 소나타로 알려진 이 곡들의 원제는 ‘Sonata for Violin & Piano'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이것이 정확한 곡명이겠다. 공연을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분명 대등했다.
#
이번 공연의 백미(白眉)는 앙코르의 앙코르, 듀오가 함께 한 네 곡의 앙코르가 끝나고 이어진 커튼 콜. 연주자들은 독주를 선보였다. 김선욱이 고요히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공연장엔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눈물이 흘렀다.
#
나에게 브람스는 자장가였다.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나에게 브람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알 수 없는 사랑이었다. 이제 나에게 브람스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열정적인 대화가 되었다. 바이올린 소나타로 알려진 이 곡들의 원제는 ‘Sonata for Violin & Piano'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이것이 정확한 곡명이겠다. 공연을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분명 대등했다.
#
이번 공연의 백미(白眉)는 앙코르의 앙코르, 듀오가 함께 한 네 곡의 앙코르가 끝나고 이어진 커튼 콜. 연주자들은 독주를 선보였다. 김선욱이 고요히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공연장엔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눈물이 흘렀다.
#
ACC 예술극장2 공연장, 관객과 연주자를 향한 존중이 느껴졌다. 객석은 안락했고, 공명은 부드러웠으며 접대는 정중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장을 나서니 이미 늦은 밤. 어두운 하늘 아래 유유히 빛을 내고 있는 ACC를 보며 생각했다.
어느 멋진 날, 가장 좋은 옷을 차려 입고 ACC를 향한다. 근처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하고, 작은 동네 서점에서 책도 한 권 사고, 해가 저물면서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ACC 광장을 걷는다. 공연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전시를 하나쯤 봐도 좋겠다. 그러다 기다리던 사람이 오면 다정히 손을 잡고 야외공연장으로.
한여름 밤. 은은한 달빛 아래, 한 쪽에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흐르고, 삼삼오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여든 사람들. 서로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면서 모차르트를, 베토벤을, 슈만을, 드뷔시를, 브람스를, 차이코프스키를 듣는다.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다. 여름이 시작됐다. 한낮의 열기가 수그러든 저녁 나절, ACC 공연장으로 좋은 사람과 함께 저녁 마실을 나가보는 건 어떨까.
ACC 예술극장2 공연장, 관객과 연주자를 향한 존중이 느껴졌다. 객석은 안락했고, 공명은 부드러웠으며 접대는 정중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장을 나서니 이미 늦은 밤. 어두운 하늘 아래 유유히 빛을 내고 있는 ACC를 보며 생각했다.
어느 멋진 날, 가장 좋은 옷을 차려 입고 ACC를 향한다. 근처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하고, 작은 동네 서점에서 책도 한 권 사고, 해가 저물면서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ACC 광장을 걷는다. 공연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전시를 하나쯤 봐도 좋겠다. 그러다 기다리던 사람이 오면 다정히 손을 잡고 야외공연장으로.
한여름 밤. 은은한 달빛 아래, 한 쪽에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흐르고, 삼삼오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여든 사람들. 서로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면서 모차르트를, 베토벤을, 슈만을, 드뷔시를, 브람스를, 차이코프스키를 듣는다.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다. 여름이 시작됐다. 한낮의 열기가 수그러든 저녁 나절, ACC 공연장으로 좋은 사람과 함께 저녁 마실을 나가보는 건 어떨까.
- by
공감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