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 시인 고은

‘진실 찾기, 아름다움 찾기’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한국문단의 거장, 시인 <고은>

1958년 등단 이후 15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전 세계 15개 언어로 소개된 시인의 작품들!










“뜨거운 심장의 도시 광주와의 인연”


지난 10월 17일, 한국문단의 거장 ‘고은’ 선생이 빛고을 광주를 찾았다.
‘ACC아카데미 인문강좌’의 첫 번째 포문을 여는 자리. <진실 찾기, 아름다움 찾기>라는 주제로 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된 짧고도 강렬한 만남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그의 인기는 남달랐다. 강연장의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누군가는 “시가 죽었다”라고 말하는 시대.
시인의 방문이 이토록 반가운 이유는 무엇일까@f5

“1974년, 광주 YMCA강연에 초대돼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진실 찾기, 아름다움 찾기>입니다만 저는 오늘 한 가지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두서없이 말하겠다>는 각오입니다.”



그리고는 <광주>와의 인연을 새긴 몇 편의 시낭송으로 광주에 온 특별함을 선사했다.
그중 가장 힘 있는 시 한 편을 싣는다.


<무등(無等)의 노래>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듣거라. 무등이 무등만한 소리로
쾅,쾅,쾅 부르짖는도다.
한밤중 곯아떨어진 흙들아
그 소리에 깨어나
거기 묻힌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백골(白骨)도 듣거라

......(중략)

천년(千年)을 흙으로 짓밟혀도
우리 자식들 우리 풀잎사귀들 자라나서
무등 아래 대지(大地)의 만세(萬歲)소리 몰려가는도다.
무등이여 그대가 우리 덕(德)이거든
우리 다리 머리 가슴 토막으로 싸우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여 무등이여

-고은-
시인의 낭송이 끝나자, 강연장엔 순간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이내 여기저기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낭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감동이었다.
애써 잠들어 있는 심장에게 “어서 빨리 일어나 펄떡 일 것을” 주문하는 듯 이내 심장은 <쾅,쾅,쾅>두근거리기 시작했다.


60년대 초기 작품만 해도 죽음이나 삶의 절망을 탐미적인 시선으로 그린 허무주의적인 작품을 써왔던 시인.
하지만 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그의 시 경향은 크게 방향을 전환한다.




그의 죽음은/ 너의 시작이었다/ 나의 시작이었다 /
하나 둘 모여들어/ 희뿌옇게 / 아침바다의 시작이었다/
그는 한밤중에도 우리들의 시작이었다
- 고은 <만인보>中 ‘전태일’
문인들과 함께 박정희 독재 정권에 온 몸으로 항거했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면서 오랜 수감생활을 견뎌내기도 했던 시인.
그에게 어쩌면 ‘시’는 세상을 구원할 가장 진실하고 아름다운 ‘혁명’은 아니었을까.










“진실 찾기, 아름다움 찾기”


1933년 출생이 무색할 정도로 시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관객들에게 또박또박 설파한 고은 시인.
평소 추사 김정희를 존경한다는 시인은 금강역사와 같은 매서운 <눈>과 혹독한 세무관리의 손끝과 같은 감상법으로
최고의 감식가로 정평난 추사 김정희의 말을 빌려 강연의 주제 <진실 찾기, 아름다움 찾기>에 대한 힌트를 건넸다.



오늘을 사는데 급급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막막한 현대인의 ‘시력’으로는 <진실된 아름다움>을 찾기 힘들다는 일침이었다.
또한 ‘강력하게 의심하고 의식해야 진리를 만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불행했던 한국의 근현대사가 시인 <고은>이라는 한 개인의 삶에는 어쩌면 굉장한 트라우마를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의 상처는 <금강안>과 같은 세상을 매섭게,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했고,
혹독한 세리(稅吏)의 손끝 같은 치밀함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심장>을 선물한 것은 아니었을까.
시인의 뜨거운 <심장>은 오늘도 한편의 시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으니 말이다.










“문화는 일상 속에서 흘러야 한다”


오는 11월 1~4일까지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에서는 다시 한 번 고은 시인과의 반가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제1회 아시아 문학페스티벌'에서 고은 시인은 조직위원장직을 맡았다.
뜨거운 심장의 도시 광주에서 열리는 ‘문학축제’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는 고은 시인.
이번 아시아 문학페스티벌을 통해, 일상에서 문화가 흐르는 ‘광주’ 문화로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광주’로 거듭나길.
그래서 역사적 상처 또한, 치유될 수 있는 시간으로 승화 될 수 있기를 주문했다.






객원기자 Kim.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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