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보는 이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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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즈 모스크(일명, 핑크 모스크)의 화려한 내부. 출처_위키피디아


페르시아 카페트의 색의 조화와 은은한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한 올 한 올 염색된 실들의 균형적인 아름다움과 독특한 색의 배치를 지닌 페르시아 카페트는 수 천 년 계속된 페르시아 문명의 찬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적 예술 작품이다. 또한 강렬한 중동의 태양 아래 옥빛 바다의 색으로 반짝이는 이란의 모스크 타일에서도 색의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다. 페르시안 블루라고 대표되는 옥빛의 모스크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와 시아 이슬람국으로서의 위상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건조한 사막을 상징하는 이란 야즈드 지역의 황토 빛 도시 경관과 쉬라즈의 거울 모스크의 은빛 향연도 이란의 다양한 색채를 구성하는 색들이다.









사냥을 주제로 한 페르시아 카펫. 1542-3년경. 밀라노 폴디 페졸리 뮤지엄 소장. 출처 위키피디아.


이란의 국기에도 사용되는 색 중 하나인 흰 색은 이란 문화에서 순수와 깨끗함 그리고 평화를 의미한다. 흰 색의 중요함은 코란에서도 나타나는데, 흰색은 선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드러난다. 또한 페르시아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힘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이란의 전통 문학과 시에서는 사랑의 색으로 여겨진다. 반면 검은색은 순교자와 죽음을 의미한다. 특히 검은색 차도르는 전쟁 유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실하고 정숙한 시아 무슬림 여성을 의미한다.









흰색, 붉은 색,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이란 국기.


이란에서 붉은 색 역시 상징적이지만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다. 이란 국기에 사용된 붉은 색은 이란의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교자들이 흘린 피와 희생 그리고 그들의 용맹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란에서 붉은 색은 잔악무도함과 죄를 상징하는 색으로 쓰인다. 또한 붉은 색은 불을 상징하는 색으로서 조로아스터교의 전통이 남아 있는 이란에서 강인함과 건강함을 의미해왔다. 예를 들어 이란의 새해인 노루즈를 맞이하기 직전 마지막 수요일을 기념하는 불의 수요일이라는 의미를 지닌 ‘처허르 샨베 수리’의례 때 이란 사람들은 “소르키예 토아즈만, 자르디예 만아즈토(너의 붉은 색은 나에게, 나의 노란색은 너에게)”라 외치며 새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모닥불을 뛰어 넘는다.


이란에서 색이 정치적 상징으로 사용된 것은 2009년 대선 때부터이다. 과거 녹색은 생명과 번영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슬람에서 신성한 색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개혁파 후보로 나선 미르 후세인 무사비 후보는 녹색, 또 다른 개혁파 후보 캬루비는 흰색과 붉은색, 당시 대통령이자 보수파 대선후보였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 국기를 각자 상징색으로 사용한 것이 그 시작이다.









후세인 무사비 지지자들. 출처: 위키피디아.


대선 기간 내내 특히 개혁파 후보 무사비를 지지한 이란의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녹색의 끈을 손목에 매고, 녹색의 티셔츠, 녹색의 히잡을 쓰고 그들의 지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상 이란 내에서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치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만큼, 이란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다소 통제되고 닫힌 사회라 할 수 있다. 이는 무사비 후보 패배후 촉발된 녹색 운동 혹은 녹색 혁명이라 불리는 대규모 민주화 운동과 아랍의 봄의 불씨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란에서 녹색은 번영과 탄생의 의미에서 민주주의와 개혁운동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편 2017년 5월 19일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개혁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보라를 상징색으로 사용하였다.









2017년 로하니 후보의 캐치 프레이즈 “다시, 이란”를 내건 홍보 동영상 캡처 화면. 출처: 로하니 홈페이지


이란에서 색은 저마다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다. 기표는 그대로 있지만 기의가 변하기도 하고, 하나의 색이 다소 상반된 기의를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다양한 색들은 페르시아의 카페트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이란의 사회문화를 구성하고 조화를 이루어낸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라색으로 상징되지만 녹색의 혁명 정신을 잇는 하얀 색 터번을 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의 새로운 정권에 무지개 빛 기대를 걸어 본다.


ACC 웹진 구기연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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