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그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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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빛은 세상을 밝히고, 광장에 깔린 잔디밭에 남녀노소 돗자리를 깔고 앉아 두런두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월드뮤직의 대미를 즐긴다. 미디어월에 비쳐진 모습에 손을 흔들고 아이들은 춤을 추고 어른들은 그 모습에 박수친다. 음악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조화로운 존재가 되어 호흡처럼 그들의 가슴에, 추억에 새겨진다.


어김없이 8월의 그날이 왔다, ‘축제!’










“축제”
언제나 처음은 설레고 두렵고 긴장된다



2010년, 당시만 해도 음악을 주제로 한 축제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 마니아층이나 젊은 층이 두각을 나타내는 무대였다. 음악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없고 선호 세대가 갈리는 것도 없다. 음악은 만국어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각 세대의 특징을 반영하는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아주 뚜렷한 문화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이미 2009년 한국과 아세안의 전통음악 악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하모니를 이루는 기적을 만들어내며 그 개성을 조화로 탄생시킨 바가 있다. 아시아를 하나로 만든 발길은, 이제 남녀노소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축제로 향했다. 온 가족이, 남녀노소가 함께, 그것도 정형화된 틀이 아닌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 그 출발점은 월드뮤직이었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샹숑, 브라질 보사노바, 아르헨티나 탱고처럼 일반적으로 각 나라, 각 지역의 민속음악에 뿌리를 두고 대중음악과 접목되어 현대화된 음악을 지칭하는 월드뮤직은 단순히 아름다운 멜로디나 신나는 리듬의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각국의 역사와 삶의 양식, 총체적인 문화의 응결체라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0년 8월 27일, 언제나 처음은 설레고 두렵고 긴장된다. 정형화된 공연장의 갑갑한 장소가 아닌 곳에 하나 둘 이래도 되나 어색하게 돗자리를 깔고 싱겁게 웃던 가족, 친구들, 타인들은, 축제의 무대가 짙어질수록, 월드뮤직의 향연이 깊어갈수록 웃음꽃을 피웠다. 들썩들썩, 영유아부터 중장년층까지 한국인부터 다문화 외국인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된 어울림 마당이 신명나게 펼쳐졌다.










매년 8월, 우리는 지는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어색했던 돗자리는 이제 브랜드가 되었다. 도심 속의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당연한 듯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들의 손에는 각종 간식거리와 음료가 들려져 있다. 아빠는 아기를 안고 덩실덩실 즐기고 엄마는 자유롭게 그 모습을 보며 춤을 춘다. 친구들은 어둠 속에 휴대폰 불빛을 조명삼아 멋진 사진을 남기고, 어르신들은 허허 웃으며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외국인들은 잔디밭에 누워 밤하늘을 즐기는 자유를 만끽한다.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는 당연해진 ‘여유로움’이다. 어색함은 사라지고 축제를 즐기는 여유로운 관객들과 여유로운 무대가 이제는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만의 브랜드가 되었다.














2만 3천여 명, 또 가고 싶은 축제



2017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 은 공연을 중심으로, 부대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들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에서는 야외에 드러나 있는 핫플레이스 하늘마당이 아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내부 공간인 아시아문화광장에서 처음 치룬 축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관 2주년을 앞두고 있는 신생문화기관 에서 내부에서 축제를 여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8월 25일, 26일 이틀간 열린 축제에 2만 3천여 명이 방문했다. ACC아시아문화광장, ACC예술극장 빅도어 야외무대, ACC 내부로 들어오기 위해 내려오는 계단 중간에 있는 무대 등 곳곳에서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흥을 즐겼다. 또한 공연 외에도 ACC 빅도어 시네마, 어린이를 위한 퍼레이드, 아티스트 워크숍, 플리마켓, 반디푸드, 뮤직라운지, 평창동계올림픽 연계 행사, 크라운해태 과자 무료나눔 등의 부대 행사로 축제에 즐거움을 더했다. 관람객 최병곤 (39·광산구 신가동) 씨는“매년 놀러왔는데 올해는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져 너무 좋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마지막 여름 휴가를 나온 느낌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세계 음악 공연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공연이 없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많아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 문화 . 음악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인 아시아는 아직도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는 공동체다. 심지어는 이 ‘아시아’라는 단어조차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추측들과 가설들이 가득한 아시아는 그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 특히 21세기에 들어 아시아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과거에 세계가 저질러온 실수들과 상처들, 저항들을 인식하는 움직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음악에 맞춰 정신없이 몸을 흔들다보면 문득 내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세계 각지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서로를 정체화하는 시간이 된다. 손 카리베, 요게시 삼시, 라퍼커션, 아토, 황민왕, 송경근 등 전통성을 기반한 음악들이나, 로스 아미고스, 김주홍과 노름마치, 알로라이마, 아시아 세븐 등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문화적 해석들이 가득한 공연들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 아시아, 그리고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세계들을 잇는 보이지 않는 동질감이 음악 속에 있었다. 저 먼 나라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기울여보는 것은 비일상성을 통해 일상을 되짚어 보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가 더 나은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걸음걸이였다.






2017, 여덟 번째의 축제가 끝났다. 또 한 계단을 올랐다.
시간은 가고 2018년 8월이 되면, 우리는 또 한 계단을 올라갈 축제를 준비한다. 어색함은 여유가 되고, 여유로움은 이제 세련됨이 되고, 그 세련됨은 함께 브랜드가 된다.


8월, 다시 그 날을 기다린다.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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