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우리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빛은 거미줄을 통과하며 너머에 행성을 그리고 있다.
폭발하는 음향-이라기보다는 공기-. 빛에 비친 폭발은 먼지와 잔해를 뱉는다. 이 작은 먼지들. 이 반짝이는 것들. 그러나 너무 중요한 이것들은 거미줄에 엉킨 생명체와 닮았다. 거미줄은 별자리 같다. 별들을 잇는 섬광들. 끝없이 움직이고 작동하는 선들. 여기에는 부정할 수 없는 균형이 있다. 당신은 오래된 천장 구석의 거미줄을 치워본 적이 있는가? 거미줄은 얇고 가볍다. 거미줄은 구름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단 한 가지 물체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풀을 붙일 때 끈적이며 늘어나던 실과 같다. 사소하지만 손끝에 붙어 자꾸만 당신의 공예를 방해하던 그 실 말이다. 그 실로 무언가를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가? 그 증거로서 바로 앞의 거미가 있다. 거미줄은 섬광처럼 뻗어나가 내리꽂힌다. 흩날린다. 폭발한다. 모스 기호를 타고 전해지던 더듬거림을 닮았다.
이 행성의 우리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기호들이 위치하는가?
달과 행성들 사이의 우리.
우리는 우리를 사이라고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문화창조원 복합 1관은 그 공간 자체로 우주를 재현한다. 원형의 빛줄기 하나가 벽을 비추며 평면의 구를 하나 더 만들어낸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이를 ‘달’이라고 명명했다. 우리는 이 평면의 달과 9개의 구 사이에서 부유한다. 달과 행성들 사이의 우리는 각각의 지구가 된다. 우리는 여태까지 지구에 대해 수없는 거짓말들을 속삭여왔다. 이를테면, 지구는 거대하고, 우주가 마치 지구를 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문장들을 꾸며왔다. 하지만 빛나는 구 앞에 서면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미시적인 존재인지 감지하게 된다. 거미줄에 엉켜있는 듯한 행성들도 그들 간의 연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지구와 달처럼. 나와 너, 우리처럼.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산다. 그러나 먼지는 여권이 없다. 어디로든 간다. 어디에나 있다. 어딘가에 쌓였다가 떠난다. 공기는 어디든 이동하고, 경계에 갇히지 않는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이 먼지들에게 화살표를 주었다. 먼지 쌓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그 소리는 눈이 쌓이는 소리와 닮았을까? 먼지의 목소리는 이 전시 공간에 들어선 당신을 둘러싼 모든 소리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은 빛을 먹고 궤적을 그린다. 그들이 움직이며 진동하는 공기는 알고리즘을 통해 소리로 변환된다. 즉각적으로 입력되어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화면은 시시각각 다르다. 아무리 미시적인 것이더라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법.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궤적과 목소리가 재현된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거미에게 건축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미시적인 존재는 주인공처럼 전시된다. 문명시대를 지나 건물들을 높게 쌓아올린 우리는 스스로가 건축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집을 지은 동물이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의 밥과 물이 있다면 계속해서 열심히 집을 지을 수 있다. 이 폭력 없는 ‘열심’을 마이크로폰은 감지한다. 먼지의 궤적은 전시장 한 편에 있는 섬세한 거미집을 놓치지 않는다. 천천히 눈치 채지 못하게 스며든다. 예민한 거미는 스며든 존재의 낯섦을 느끼며 거미줄 하나하나 아주 미세한 진동을 비빈다. 먼지의 궤적과 거미의 미세한 진동은 포개져 여운이 되어 공간에 안개가 터지듯 먼지를 날린다. 거미줄은 건축이자, 우주이자, 진동의 울림이 된다.





전시 공간의 하늘에는 행성들과 함께 검은 삼각형 형태의 에어로스가 팔을 벌리듯이 활짝 떠 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부유할 수 있는, 토마스 사라세노의 다른 작품 ‘에어로스Aerocene’는 우리가 이 우주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더 살아갈 수 있는지 계획한다. 공기, 태양, 바람만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에어로스는 먼지와 닮았다. 먼지는 행성과 닮았다.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사이의 우리>
2017.7.15.~ 2018.3.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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