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2016년 발표에 의하면 작년부터 지구는 사상 최고치의 온도를 매해 갱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육지와 바다의 평균 온도가 화씨 58.69도까지 도달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지구 행성에서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우주 안의 수많은 행성 사이,
그리고 그 행성 중 지구라는 별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지혜로운 질문이 필요해진 시점.



“우리는 어떻게 우주망(cosmic web)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곤충과 진동하는 우주를 동일한 네트워크 관계로 사유할 수 있을까?”
“땅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부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시 제목인 <행성 그 사이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볼까요?

전시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빛입니다. 밤을 비추는 은은한 ‘빛’은 낮의 빛과는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시각에 따라 각도에 따라 빛은 모두 다릅니다. 관람객은 전시 공간의 먼지를 실시간으로 투영하는 카메라와 프로젝션을 통해 전시장 내 공기 속을 부유하는 먼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 과정들은 ‘우주 먼지 이론(the Cosmic Dust Theory)’처럼 행성이 먼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리고 우리는 이 전시에서 먼지가 어떻게 거미줄에 포착되는지에 대한 고민과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먼지’ 덕분에 거미줄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우리로 하여금 지금 놓여 있는 공간이 아닌 다른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하죠. 먼지와 거미줄, 그리고 우리와 다른 행성의 복잡 미묘한 관계와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천체물리학, 대기의 열역학, 거미집 구조를 연구하며 시각화하기 어려운 사회적, 생태학적, 미래적 이슈들을 구체화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구름 위를 부유하는 초국가적 모듈도시인 <클라우드 시티>를 비롯해 공기와 태양열 그리고 바람으로만 작동하는 <에어로센>,
그리고 이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작품까지, 늘 새로운 공중 도시 또는 새로운 행성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었나요?

저는 공간 내 작은 입자들이 부유하며 따라가는 많은 궤도가 마치 우리들의 복잡한 삶의 관계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공기 속에 부유하며 살거나, 구름처럼 생긴 미래 도시를 구성할 지도 모릅니다. 화석연료와 같은 자원은 부족하고 많은 경쟁을 야기하기에,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필요 없이 공중을 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구와 공생하는 다른 방식을 기대해보자는 것이죠.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가 어디에서 사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만 하는 순간에 직면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재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과 우리 인류가 사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로써 존재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하거나, 탈바꿈 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재빠르게 알아야만 합니다. 인류는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내러티브 즉 서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진화해왔습니다. 즉, 호모 사피엔스는 가상의 이야기나 서사를 창안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호모 에렉투스(직립 원인)에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죠. 이는 우리의 삶과 생에 관하여 새로운, 어쩌면 다른 아이디어가 무엇일지 고민하게끔 합니다.


수많은 세월을 동굴에서 지내던 인류가 이제는 일종의 지하실 같은 공간에서 모여 산다는 것이 사실 참 기이하지 않나요? 우리 인류는 바다로부터 왔고, 그 후 땅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인류는 진화의 궤적에 따라 이번에는 어디로 이동해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행성 그 사이 우리> 전시에는 거미와 거미집이 있습니다.
먼지가 튕겨지며 내는 전파와 거미줄에서 나는 미세한 음이 전시 공간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거미줄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가 뭔가요?

거미줄이 경이로웠기 때문입니다! 사실 거미줄은 새장이나 동물우리같은 형식이 아니잖아요. 물고기를 기르려면 어항에서, 새는 새장에서 키우죠. 반면에 거미는 그들만의 집과 망을 건설합니다. 항상 열려있고요. 거미는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어 다닐 수 있습니다. 상황만 주어진다면, 지내기에 안락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같은 것이죠. 거미줄은 단 하나의 거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거미 종으로부터 복잡한 망이 형성되어 얽히고, 설킵니다. 거미들은 각기 다른 단계의 사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당거미가 어딘가에서 혼자 서식하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거미는 자신의 거미 망을 정확히 일주일 만에 지어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거미를 망에서 꺼내고 다른 거미를 그곳에 놓습니다. 기존에 무당거미가 지어 놓은 망 위에 그 다른 거미는 자신의 삶터인 다른 망을 짓기 시작합니다. 거미는 다른 종이 지은 망을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서식하는 것과 같은 능력을 가진 온갖 종류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과 같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지, 그리고 사는 이 곳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전시 공간에 있는 거미와 이번 전시는 무슨 관계인가요? 인간의 삶터를 이루는 관계, 행성과 우주를 만드는 망과 관계있을까요?

거미줄과 거미의 관계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물리학자들도 은하계와 행성, 우주의 기원 및 기하학에 대해 설명할 때 함께 결부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복잡한 3차원의 거미줄과 은하계의 유사성을 이야기합니다. 은하계와 우주 망(the Cosmic Webs)이라고 불리는 둘 사이의 관계와 같은 것이죠.


특히 이번 전시에서 먼지와 행성, 거미줄과 또 먼지 이 모든 관계들이 함께 모여서 여러 종류의 관계를 형성하듯이, 먼지와 우리 삶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지상의 먼지뿐만 아니라 우주의 먼지를 함께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간 40,000톤의 우주먼지가 지구로 유입되기 때문이죠.




이는 우주먼지가 우리 사이를, 우리 삶을, 우리 지구라는 행성을 매일 스쳐지나 간다는 거죠. 그리고 그 먼지 중에는 아마 태양계보다 더 나이가 많은 먼지 입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관람객이 전시를 볼 때, 이런 부유의 개념, 행성 사이 혹은 행성보다 더욱 거대한 무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깊게 사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전시를 한 소감은 어떤가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창조원을 비롯해 신축건물들은 대부분 지하에 있어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요)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지하에 작은 우주를 만들어냈어요.

그런가요?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웃음) 사실 우리 팀이 작업한 설치작업들은 공중에 부유하는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도시의, 건축물과 타워를 부유하는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유’는 사실 정말 단순한 것입니다. 예를들어 여기 비닐봉지가 있습니다. 부유하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서 비닐봉지를 공중에서 거꾸로 움직여 공기를 넣습니다. 그 안에 공기가 채워지고 따뜻해졌을 때 비닐봉지가 뜨죠. 마찬가지로 수중에서 공기를 감싸 안듯 적당한 자세를 취하면 몸이 뜨는 것과 같습니다. 석유연료를 태우지 않아도 부유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밑으로 번지 점프를 하는 대신 우주를 향해 다이빙 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 부유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저는 이 전시에서 관람객이 행성간의 관계를 사유하고 부유하는 우주먼지와, 살아있는 거미가 그들의 거미줄을 옮겨 다니며 부유하는 것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이 지구에서 어떻게 다른 종류의 자원들과 살아갈 수 있는 지를 배우는 창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지구를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는 것이죠!





우주에는 수많은 행성이 있습니다.
거미가 만들어내는 관계와 부유하는 먼지들 사이에서 우리는 오늘, 그 행성 사이를 걸어 다니게 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라는 우주, 그 행성들 사이에 놓여 있는 우리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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