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회의 음식소비와 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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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노출된 농촌지역에는 카스트별로 주거지와 식수 공급지가 구분되어 있으며, 식사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카스트끼리만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동일한 담뱃대로 담배를 핀다는 것은 서로 부정 타지 않는 관계에 놓여 있음을 상징한다. 따라서 특정인이 카스트나 지역 관습을 위반함으로써 함께 식사를 못하게 되거나 동일한 담뱃대로 흡연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함은 곧 카스트 집단이나 지역 사회로부터 추방됨을 의미한다.



식자재 구매를 위해 현대화된 쇼핑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인도의
재래시장은 대부분의 인도인에게 식품 구입을 위한 주요 기능을 여전히 하고 있다.
(사진촬영: 신창운, 2007)









음식 소비에 관한 금지에는 특히 격리의 원칙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카스트 내부에서만 음식을 주고받는 관계가 유지된다. ‘함께 먹는’ 사람들은 동일한 의례적 지위여야 하며 다양한 이유로 부정 탄 사람들과도 식사를 하지 못한다. 이처럼 음식 교환은 결혼처럼 카스트 간의 격리, 서열, 정결-오염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상이한 카스트들 간의 관계 통제된다. 힌두들은 음식을 동일한 카스트끼리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높은 카스트의 음식을 낮은 카스트가 받아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역의 경우, 예컨대 높은 카스트가 낮은 카스트의 음식을 받아먹으면 부정 탄다고 생각한다. 높은 카스트의 음식 소비관련 규칙의 위반은 심각하게 취급된다. 예컨대 불가촉천민이 브라만의 부엌에 발을 딛게 되면 전체 부엌이 오염되어 정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보다 낮은 카스트의 손으로 요리되거나 이에 손을 대면 부정 타게 된다. 심지어 상위 카스트가 하위 카스트 사람에게 음식을 건넬 때조차도 음식을 하위 카스트 손에 전해주지 않고 손바닥 위에 떨치는데 이는 행여 접촉으로 인해 부정 탈까 두려워서다.



불가촉천민이 상위 카스트의 ‘캇차’ 음식인 차파티를 받아간다.
(사진작가: 남성자 2014년)

장례의례 연회에서 카스트별로 구분하여 음식소비를 하는 ‘판크티’를 보여준다.
(사진작가: 김경학, 2000년)


그러나 이러한 음식소비와 카스트 관계도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힌두들은 음식을 ‘캇차’(kachha)와 ‘팍카’(pacca)로 구분한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달구어진 불판에서 구워낸 전병인 ‘차파티’와 쌀밥은 전형적인 캇차 음식이다. 음식의 원재료를 물을 이용해 만들어 내는 음식인 캇차 음식은 오염을 쉽게 일으킨다는 믿음 때문에 동일한 카스트끼리만 소비된다. 그러나 브라만처럼 높은 카스트의 캇차 음식은 낮은 카스트들이 받아먹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캇차 음식을 기름으로 튀겨낸 음식을 팍카 음식이라 한다. 팍카 음식은 캇차와는 달리 쉽게 오염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상이한 카스트들 간에도 함께 소비된다. 따라서 결혼과 장례 등의 통과의례 끝 절차에 있게 되는 각종 연회 석상에서 하객이나 조문객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예외 없이 브라만 출신 조리사가 만든 팍카 음식이다. 낮은 카스트 연회 주관자가 브라만 조리사를 고용하여 조리된 음식은 연회 주관자보다 높은 사람들도 먹을 수 있게 된다.



집에서 ‘카차’ 음식인 ‘차파티’를 만들고 있는 인도 주부
(사진촬영: 남성자, 2011)

결혼식 피로연에 사용될 ‘팍카’ 음식이라 분류되는 기름에 튀김 음식을
브라만 주방장이 만들고 있다.(사진촬영: 김경학, 2000)

연회석상 음식도 카스트별로 구분되어 소비된다. 카스트 지위에 따라 구분지어 식사를 하는 줄을 ‘판크티’(pankti)라 불리는데 결혼식 연회나 장례식에서 제공되는 연회처럼 의례적 행사에서 음식이 제공될 때 사람들이 앉는 선을 가리킨다. 보통 동일한 카스트 구성원들만이 동일한 판크티에 착석할 수 있다. 지위에 따라 구분지어 식사하게 하는 줄을 위반한 자는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었다.









이스턴’(Eastern) 회사가 광고하는 ‘브라민 삼바르 파우더’로
정결함을 보장한다는 광고가 흥미롭다.




인도 농촌의 주부가 각종 양념들을 인도식 ‘학독’에서 만들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다양한양념이 섞인 인도 향신료 ‘맛살라’가 시판되지만 주부가 손수 맛살라를 만드는 일이 흔하다.
(사진촬영: 김경학, 2000)


이처럼 인도사회의 카스트 구조와 음식 소비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때문에 인도인의 미각과 식습관에 카스트가 깊숙이 배여 있다. 인도사회에는 음식 소비와 관련된 우월의식이 일상화 되어 있으며, 특히 높은 카스트가 소비하는 음식은 사회에서 늘 칭송되어 왔다. 카스트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작동되는 인도사회에서 음식을 포함한 브라만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늘 최고의 정결함이 배여 있다는 인식이 있다. 남부 인도 케랄라를 근거지로 한 잡화식품유통회사인 ‘이스턴’(Eastern)이 출시한 ‘브라민 삼바르 파우더’(Brahmin sambar powder) 광고는 카스트 구조의 최상위층에 있는 브라만, 예컨대 남부 인도의 명성 있는 ‘아이엔가르 브라만’(Iyengar Brahmin)처럼 상위 카스트 인도인에게 ‘양파와 마늘이 들어 있지 않은’ 종합 양념을 제공함으로써 최고의 정결함(purity)을 보장한다는 삼바르 파우더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광고는 렌틸(lentil) 콩을 기본으로 여러 야채를 넣고 끓인 스튜인 ‘삼바르’를 요리하는 데에 들어가는 소스 내에 강정 효과가 있다는 ‘양파와 마늘’이 들어 있지 않아 채식 가운데에서도 최고로 ‘완전한’ 채식 재료임을 강조함으로써, 자사의 제품을 소비하는 브라만은 보다 더 정결한 음식을 섭취하는 브라만이 될 수 있음을 부각시킨다. 이처럼 음식소비와 카스트는 소비하는 음식의 우월성과 문화적 위계를 강조함으로써, 먹는 것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결혼하고 함께 살 상대를 결정하는 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실 인도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채식은 정결함, 온화함, 청결함과 육식은 거칠고 더러운 상태와 연결됨을 전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음식의 정결함이라는 이름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소비하는 소수자 집단인 낮은 카스트, 특히 ‘불가촉천민’과 무슬림 등을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한다. 인도에는 지역별 또는 카스트별 요리책이 기록되어 전승되어 왔다. 지역별로는 다양한 힌두 토후국과 무슬림 무갈 제국 왕가의 음식이 연대기적으로 기록되어 유지되었으며, 카스트별로는 대부분은 정결하고 권세 있는 집단들 예컨대 ‘사라스와트 브라만’의 “Saraswat Brahmin’s Cookbook”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인도 델리 인근 농촌 가구에서 수동식 국수 기계로 국수를 만들고 있다.
(사진촬영:남성자, 2011년)

인도 도시 길거리에서 빵과 감자요리를 파는 간식 가게
(사진촬영: 남성자, 2012)


육식을 하지 않는 높은 힌두 카스트, 특히 브라만들은 육식을 금하는 대신 고급 채소와 유제품을 이용한 음식을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불가촉천민들도 가난과 높은 카스트들의 비인간적인 취급에 적응하면서 나름의 요리 전통을 유지하면서 돼지고기나 소고기 단백질을 섭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돼지를 더럽게 생각하는 상위 카스트와는 달리 직접 돼지를 사육하고 이를 고기로 먹는 불가촉천민은 돼지고기 외에도 닭고기나 양고기보다 싼 소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한다. 이처럼 불가촉천민의 음식에는 그들의 역사적 환경과 기억이 담겨 있지만 인도사회는 이들 불가촉천민의 음식소비와 관습에는 무관심하다. 상위 카스트들은 육식, 특히 소고기와 돼지고기 섭취를 근거로 낮은 카스트들을 무시하고 불가촉천민이 먹는 음식을 전적으로 기피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성을 표현한다. 실제로 인도 사회에서 브라만과 같은 상위 카스트들은 음식뿐만 아닌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리책을 만들고 이를 전승함으로써 자신들의 명성과 자존심을 드러내지만, 불가촉천민에게 이런 권리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오늘날 인도사회에서 음식 소비 관습은 여전히 사회적인 배제 도구로 사용된다. 대도시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소유한 부유한 상위 카스트 힌두 집주인들이 채식하는 사람에게만 세를 내줌으로써 채식을 하위 카스트를 배제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이런 점들이 잘 드러난다.

김경학(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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