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음식문화 할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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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무슬림 수가 15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슬람의 음식문화인 할랄(halal)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랍어 할랄은 신에 의해 허용된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신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 것은 하람(haram)이다. 할랄에는 과일, 야채,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 어류와 어패류와 해산물 중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것, 육류 중 이슬람 방식, 즉 신의 이름(bismillah)으로 도살된 고기와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이 포함된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먹는 것은 단순하게 생존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신의 가르침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코란에는 “좋은 것을 먹고 올바로 행동하라”(23장 51절)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무슬림들이 허용된 음식만을 섭취하고, 신을 숭배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슬람은 음식문화를 종교적으로 허용된 할랄 음식, 금지된 하람 음식, 그리고 권장되지 않은 마크루흐(makruh: 혐오) 음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무슬림 관광객 수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현상은 이태원의 할랄 식당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광화문에도 할랄 식당이 등장하였으며, 우사단로를 중심으로 할랄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트가 성업 중이라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한양대, 경희대, 선문대 등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무슬림 유학생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이들을 위해 할랄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할랄 음식문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반영하여 정부는 지난 8월 ‘ 할랄산업엑스포 코리아’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전 세계 주요 할랄 인증마크>


일반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나 개고기를 먹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에는 기독교인 등 타 종교인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먹고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이 할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로 인해 이슬람 국가들은 할랄 음식을 입증할 수 있는 인증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할랄 인증마크가 부착된 음식만을 먹고 마시며, 해외에서도 인증마크가 부착된 식당만을 찾는다. 따라서 할랄은 일차적으로 무슬림들을 위한 음식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유대교에는 할랄 음식문화와 유사한 코셔(kosher) 문화가 있다.





세계 유일신 3대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인종적으로 셈의 자손들(셈족)이 만든 종교이며, 사회적으로 베드윈 유목민 생활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지리적으로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 탄생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 종교의 생활 및 음식문화가 상호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랄과 코셔는 채소와 과일, 우유와 유제품,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어류, 닭, 칠면조, 오리, 비둘기 등의 가금류 등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야생조류와 독수리, 매 등 육식성 조류를 금지하고 있다. 육류에 대해서 할랄과 코셔는 되새김질을 하는 위를 가지고 있고 발굽이 갈라진 동물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소, 양, 염소, 사슴 등이 포함된다. 돼지는 굽은 갈라져 있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식육이 금지되어 있다. 낙타의 경우, 할랄은 허용하고 있으나, 코셔는 금지하고 있다. 21세기 현재 우리가 할랄이나 코셔의 음식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들이 종교적 허용과 금지의 의미뿐만 아니라 위생, 건강, 웰빙, 청결 등의 의미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할랄과 코셔는 종교 음식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음식문화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할랄 산업을 단순한 음식문화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의료, 화장품, 패션, 여행, 의약품,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 글로벌 할랄 산업은 그 성장 잠재력이 2020년까지 전 세계 경제의 6%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5년 제3차 <the state="" of="" the="" global="" islamic="" economy="" report="" 2015-2016=""> 보고서는 할랄 산업이 향후 5년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이슬람 금융 수쿠크(sukuk)와 물류 산업도 약진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무슬림 인구수는 글로벌 인구 증가 속도보다 2배가량 빠르며, 무슬림 인구수의 증가로 이슬람 경제의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경제는 2014년 1조 8천억 달러에서 2020년 2조 6천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고서는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을 글로벌 이슬람경제 지수(GIEI) 상위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이슬람 금융과 할랄 관련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the>




< 말레이시아의 할랄 인증마크 >


2세계 주요 국가들은 할랄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와 관련 산업 및 시장규모의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할랄 인증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국가의 종교기관과 민간기관을 포함하여 약 150〜200여 개의 할랄 인증기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식품, 물류, 의약품, 서비스가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서류와 실질적 검사를 통해 확인하한 후 할랄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대표적 할랄 인증기관들 중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관은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이다. 이 기관은 정부기관으로서 ‘농장에서 식탁까지 건강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할랄 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통합된 할랄 인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UAE의 이스마(ESMA)는 인증 받은 할랄 식품을 이슬람 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2015년 현재 글로벌 할랄 음식문화 관련 시장 규모는 전체 식품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슬림뿐만 아니라 비 무슬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비 무슬림들은 할랄 인증제도가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할랄 음식은 안전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인구수는 16억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2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예상 때문에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적극적으로 할랄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특히 무슬림 인구수가 가장 많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비 이슬람 국가로서 할랄 음식문화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국가는 브라질,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뉴질랜드, 일본, 태국 등이다.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 할랄 음식문화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UAE 등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3월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UAE와 할랄 식품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 농축산부는 우리의 할랄 음식문화 산업 규모가 2015년 8억 6000만 달러에서 2017년 15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할랄 인증 비용 지원, 할랄 전용 도축장 건립, 해외 무슬림 도축인의 국내 취업 비자 발급 허용, 그리고 할랄 인증기관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슬람 음식문화인 할랄에 대한 인증제도는 식품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활성화와 관광산업 및 의료산업의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할랄 인증제도에 대한 글로벌 통합 움직임과 이슬람 시장 내 비 할랄 식품에 대한 배타적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우리 기업들도 할랄 인증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무슬림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음식관련 문제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할랄 인증식품은 약 220여 개 정도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증식품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만약 할랄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면 관광객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산업과 관광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이슬람 문화권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다. 왜냐하면 할랄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광주를 찾는 관광객은 주로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들이며, 일반 관광객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이슬람권 이주민과 해외 무슬림 관광객들을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할랄 음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할랄 음식 산업에 대해 지자체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할랄 인증 식당을 확대해야 하고, 이슬람권 이주민들에게 아시아문화교류권 내에서 할랄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할랄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는 광주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기회가 될 것이다.




황병하(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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