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그 곳

너와 나, 저 창(窓) 넘어 흐르는 시간





<<빛의숲, 광주읍성유허>>


바람이 이곳에 머물었을 땐 현대의 도심이 아닌 그 과거 그 시간에 머무른 잔잔하며 맑은 공기와 자연을 풍기는 흙 내음을 묻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을 수호하며 마을을 굳건히 지키는 그 시간만큼은 무척이나 뜨겁고 무거운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이 시대에 그 흔적만 남아 바람이 머무르는 곳으로, 빛의 숲과 함께 시민들의 작고 소소한 쉼터로, 산책길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도심 속 소시민의 삶을 지키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광주읍성유허.' 바람이 가장 오래전 머물렀던 첫 번째 장소다. 그대가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ACC의 공원, 이곳을 지나갈 때 밤하늘 울리는 바람이 불어온다면 그날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나눔광장>>


굽이굽이 바람을 따라 ACC 옥상공원을 거닐다보면 시끌시끌 북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젊음의 열정으로 가득 차기도 하면서 낮과 밤의 대비가 재미를 더해주는 이곳의 이름은 ‘나눔광장’. 사람 들이 오고가는 버스 정류장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바람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지친 하루를 마무리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어떠한 구분도 벽도 차별도 없이, 모두를 위해 있는, 이름 그대로의 나눔 광장인 만큼, 바람은 복잡하고 다채로운 향기를 담으며 이곳에 머문다. 초대장이 없다고 망설일 필요가 없는 곳.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 문득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바람을 만난다면, 그대도 잠시 멈춰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머물러 보기를 바란다. 도심 속, 치열한 일상에서 사람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당신이었다면, 분명 이곳에서는, 이 시대를 열렬히 살아가는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존재의 이유, 그곳을 찾는다면 이곳의 바람이 당신에게 알려줄 것이다. 당신은 잘 하고 있다고,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옥상놀이터>>


나눔광장 뒤로 장미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오르막 산책로를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공간이 나온다. 그곳은 꽃들보다 아름다우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웃음꽃이 가득 피어나는 어린이를 위한 ‘옥상놀이터’이다.



바람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하며 지난 날 세속의 때 묻은 상처들을 지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곳의 바람은 어느 곳보다 가볍고 상쾌하다. 이곳에서 솔솔 부는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당신은 힐링이 될 것이다.





<<하늘마당>>


옥상놀이터에 올라가 어린이문화원으로 내려가는 투명한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드넓은 대지가 보인다. 바람이 지나온 길 너머 보이지 않는 저 곳, 하늘과 닿아 있는 곳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이 있는 곳, ‘하늘마당.’

이곳의 바람은 특별하다.


지하로 들어간 건물들과 그 주변에 쏟아 오른 빌딩들을 보며, 짙어진 초록빛 잔디밭에 앉아, 바람은, 사람들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나눔광장이 사람냄새로 위안을 받은 곳이라면 이곳은, 자연과 도시, 그리고 사랑과 낭만으로 따뜻해지는 곳이다. 실체가 없는 감정들이 어우러지는 이곳의 바람은 따뜻하고 정겹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 사이에는 우정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연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바람은 이곳에 머물며 사랑의 향기를 혹은 감정을 담았을 것이다. 물론 혼자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늘마당에 머물고 있는 바람이 당신의 좋은 친구이자 연인으로 함께 해줄 테니깐.





<<플라자브릿지, 열린마당>>


하늘마당에서 한껏 따뜻해진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교차하고 만나는 이곳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롭고 온화하다. 때때로 열리는 마켓과 축제가 있는 날이면, 한껏 따뜻해진 바람에 즐거움까지 더해진다. 이곳의 이름은 ‘플라자브릿지’, 흔히들 구름다리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동명동과 금남로를 이으며 ACC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그대와 우리의 즐거움이 교차되며 증폭되는 곳이다.



‘플라자 브릿지(구름다리)’의 즐거움을 간직한 바람은, 그 너머 아래로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 그곳은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들 사이마다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열린마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한 여름 뜨거운 바람이 온 세상을 뜨겁게 불태울 때, 이곳 열린마당의 나무 사이에는 유일하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명당이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홀로 편하게 앉아 책을 펼치는 사람들, 확 트인 하늘마당과 달리 나무그늘에 머무를 수 있는 곳, 바람은 잠시 그 나뭇가지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간다.





<<아시아문화광장, 미디어월>>


나눔광장, 하늘마당, 열린마당, 옥상놀이터, 구름다리…, 그 모든 것을 지나간 바람이 모이는 장소. 사람냄새, 자연내음, 문화향기, 다양한 감정의 바람이 회오리치는 곳, 이곳이 광장이다.



광장에는 또 하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문화를 창조하는 바람이다. 미디어월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은, 중심의 아시아문화광장에 모여 격렬하며 조용하게 소용돌이를 만든다.


바람은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너와 나,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간다. 마치 시간과 같다. 우리는 시간의 길목에 서 있다. 그 길목에서, 너와 나의 바람이 폭죽처럼 하늘로 치솟아 그 온 몸을 흔들며 온 세상으로 날아간다. ‘세계로 향하는 아시아의 창(窓)’을 넘어, 저 멀리 흘러가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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