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말기 비운의 인물인 최치원,
신라의 최치원은 비운의 인물이다. 중국 황제로부터 해동군자라는 칭호를 얻은 최치원은 신라의 국운이 기울어져 가던 난세에 신라에 돌아와 제대로 큰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재야에서 헤매이다 허무하게 스러져 비극적으로 생을 마쳤다.

최치원이 스러져간 그 시대만 난세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지금 이 순간도 세상은 여전히 전쟁으로 어지럽고 불황과 불평등과 인권유린의 난세에 살고 있다. 연희극 “최치원 놀이”가 천여 년 전 최치원을 21세기 대한민국에 소환한 것은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치원은 ‘향악잡영(鄕樂雜詠)’ 5수(五首)를 세상에 남겼다. ‘향악잡영’은 공연을 묘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며 공연예술사의 보물이다. 아마 좌절하여 세상을 떠돌던 시절, 그는 민중의 공연을 보면서 대동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가 시로 묘사한 다섯 가지 공연은 모두 민중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적 의미의 공연들이다. 연희극 “최치원 놀이”가 그 다섯 공연을 바탕으로 대동연희를 표방한 것은 그 때문이다.

최치원이 좌절하며 세상을 떠돌던 시절
민중의 공연을 보면서 ‘대동 세상’을 꿈꾸며,
<향악잡영오수> 다섯 가지 이야기를 한시로 남겼다.